(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통화정책 회의는 시장에 불확실성만 가중시켰다. 결과적으로 연준이 언제 금리를 올릴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지난 6월에도 금리를 올릴 것이란 시장의 기대를 뒤로 하고 동결 결정을 내렸다. 이어 확실한 금리인상 시기로 예상됐던 9월에도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았다. 마지막 남은 12월에 과연 금리를 올릴 수 있을지 시장의 의구심은 커진다. 시장이 놀랄 정도로 강한 비둘기 본색을 드러낸 옐런 의장이 연말은커녕 내년에 금리를 올릴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역사적인 큰 결정을 할 때는 때로 대담함이 필요하다. 모든 조건이 갖춰질 때까지 기다리면 시기를 놓치기 십상이다. 약 10년만에 금리인상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옐런이 딱 이런 입장인듯싶다. 고용과 물가, 세계의 경제 상황, 국제금융시장 동향까지 모든 조건을 따지는 옐런의 신중함은 자칫 소심함으로 비칠 수도 있다.

옐런의 연준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신중함을 얻고 신뢰를 잃었다는 평가가 많다. 경제상황을 꼼꼼하게 분석해 금리인상 시기를 선택하는 신중함은 인정받았으나 원칙과 일관성을 버려 신뢰를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잭슨홀 회의에서 옐런 대신 참석한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금리결정에 물가보다 고용에 무게를 두겠다고 했으나 9월 금리동결 결정으로 연준의 원칙이 흔들리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경제가 완전고용실업률을 달성한 시점에서도 연준이 금리인상을 미룸으로써 정책의 신뢰를 잃었다는 얘기다.

게다가 연준은 이번 회의를 빌미로 금리 결정의 주도권을 빼앗긴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금리인상 정책결정을 미국 내의 문제가 아니라 외부 변수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증시폭락과 유럽 경제의 불안은 연준과 미국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연준이 세계경제상황에 발목잡힌 모양새가 됐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은 물론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와 워런 버핏 등 저명한 인사들의 금리인상 불가론을 그대로 따른 모양새가 돼 연준의 리더십과 카리스마에 상처를 입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외신들은 이를 두고 옐런 의장이 주변의 포위망을 뚫지 못했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국제금융시장은 이번에 한숨 돌리긴 했으나, 언제 올지 모르는 금리인상 때문에 불확실함을 안고가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10월 회의가 다가올때 시장은 다시 긴장태세로 연준을 지켜봐야 하고, 10월에도 동결되면 12월에도 숨죽이고 연준의 행보를 주시할 수밖에 없다. 시장참가자들은 이래저래 연말까지 찜찜한 상황을 피할 수 없을 것같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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