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국제적으로 명망있는 재미(在美) 한인 석유공학자가 미국 셰일업체를 대상으로 한 인수합병(M&A) 투자 적기로 내년 1월을 꼽았다. 저유가를 견디도록 설계된 헤지(Hedge) 물량의 만기가 내년초 대거 도래하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상당수 업체들이 도산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조삼제 텍사코 에너지 리소스(TexaKor Energy Resources) 회장은 23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우연의 일치겠지만 대부분의 중소형 셰일업체들이 내년 1월에 헤징이 끝난다"며 "사정이 좋지 않은 수백곳이 줄도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조 회장은 "미국내 기업 투자자들은 현재 현금을 쌓아놓고 스터디에 열중하고 있다"며 "우리도 셰일업체 M&A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삼제 회장은 철저한 기술적 사전 검증이 M&A의 전제조건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셰일업체 매물이 나왔을때 진가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는 테크놀로지(기술)가 필요하다"며 "국내 대기업이 지난 2011년 8억달러를 셰일에 투자한 사례는 결론적으로 6~8배 비싸게 사들인 경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기술적 측면에서는 아직 우리나라 자체적으로는 버겁다"며 "미국에 역량있는 한인 석학들 등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조언했다.

조삼제 회장은 지난 1976년 서울대 자원공학과를 졸업하고, 텍사스 오스틴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걸프 오일과 쉐브론, 쉘 등 글로벌 메이저 에너지 기업에서 근무했고 현재는 컨설팅 회사인 텍사코를 운영중이다. SK그룹의 수석 기술 자문역과 한미에너지기술협회(KEPS) 회장도 맡고 있다.

조삼제 텍사코 회장

<조삼제 텍사코 회장이 내년 1월 미국 셰일업체의 줄도산 가능성을 말하면서, 국내 자본의 M&A 투자가 적기에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사진=김재성>



다음은 조삼제 회장과의 일문일답.

--저유가 시대가 도래했다.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나.

▲1973년 1차 오일 쇼크 이후 가격 결정 주도권이 미국에서 오펙(OPEC. 석유수출국기구)로 넘어갔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와 오펙이 함께 원유 생산량을 축소, 증가시키는 과정에서 7~8번의 가격 등락이 있었다. 1986년에는 배럴당 27~28달러에서 7~8달러 수준으로 급락했다. 공급이 수요를 40% 초과한 탓이다. 그런데 현재 저유가 상황은 공급이 수요의 1~3%(300만 배럴/일) 넘는데 불과하다. 미국내 주요 셰일 매장 지역인 바켄과 이글포드 두 곳을 합친 생산량인데, 기존 수급에 따른 저유가 상황과는 다르다는 의미다. 셰일 생산 증가와 맞물려 사우디의 오펙국가에 대한 견제가 근본배경이라고 판단된다. 그동안 사우디가 원유값을 조정할때 오펙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 사우디 자체적으로 감산을 해왔다. 이 기회에 사우디는 오펙 '맏형'으로서의 위상을 보이기 위해 시장 점유율을 놓지 않으려 하고 있다. 사우디는 영원한 우방인 미국의 양해 아래 국가적인 최대량을 생산하고 있다.

--'제 살 깎아 먹기'식 전략인가.

▲그렇다고도 볼 수 있다. 사우디 균형재정이 필요한 유가 수준은 105달러 정도인데, 현재 45달러다. 하루 1천만 배럴을 생산하니, 일일 손실이 6억달러에 달한다. 쿠웨이트와 UAE, 오만 등도 같은 상황이다. 중동 국가들은 왕권을 지키기 위해, 반정부 시위를 크게 두려워한다. 재정난으로 국민에게 연금을 주지 못한다면 소요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막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곧 있을 오펙 회의에서는 국가별 쿼터가 책정될 것으로 본다. 당연히 설정되겠지만, 만약 쿼터제가 안 된다면 사우디는 일시적으로 수출가격을 내리는 충격책을 쓸 수 있다.

--감산이 이뤄진다는 얘긴데, 언제 그렇게 되나.

▲앞으로 3~4개월 사이에 벌어질 일이다. 이때는 또 중요한 문제가 있다. 미국 셰일업체들의 도산으로 유가의 상승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대부분의 중소형 셰일업체들이 내년 1월에 헤징이 끝난다.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 넘어가는 곳이 많을 것이다. 사정이 좋지 않은 수백곳이 줄도산할 수 있다. 은행이 셰일업체 매물을 내놓을 것으로 본다. 미국내 기업 투자자들은 현재 현금을 쌓아놓고 스터디에 열중하고 있다. 우리도 셰일업체 M&A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내년 1월말에는 55달러 부근이 되고, 이후에는 조금씩 가격이 인상될 것으로 본다.

--미 셰일업체가 얼마나 매력적인가.

▲개발에서 생산까지 스윗스팟(sweet spot. 노른자땅)에 1억달러 들였다고 보면, 8개월이면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 흰자위라면 18개월~2년 정도 걸린다. 이후부터는 약 10년동안 순이익 구조다. 내부수익률(IRR)로 따지면 스윗스팟은 연 평균120%, 흰자위는 50% 수준이다. 유가가 60%이상 크게 빠졌지만, 원가 절감폭도 45%에 달할만큼 생산성도 많이 좋아졌다. 시추후 1~2년동안 생산량이 가장 많고 수익률도 가장 좋다. 함정은 있다. 셰일업체 매물이 나왔을때 진가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국내 대기업이 지난 2011년 8억달러를 셰일에 투자한 사례는 객관적인 산정가보다 3~4배 비쌌고, 실제 매장량도 예상치보다 낮아 결론적으로 6~8배 비싸게 사들인 경우다. 일부 국내 투자자는 1억달러를 투자했는데, 자산가치가 10분의 1로 쪼그라든 사례도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아직 우리나라 자체적으로는 버거운 부분이 있다. 미국에 역량있는 한인 석학들 등이 있어야 한다.

--해외 자본이 미국 셰일에 진출한 경우가 있나.

▲그동안 중국은 과도하게 들어왔다. 가격 상관없이 무조건 매입했다. 경쟁이 안됐다. 넥센 등에 지분 투자했는데, 현재는 자금이 없다. 일본도 중국과 이글포드 지역에 투자했다가 근래 다시 매각한다는 얘기가 있다. 석유공사도 마찬가지다. 철저한 기술적 검증이 없이 스스로를 너무 믿고 자원개발에 들어간 측면이 있다.

--개인적인 얘기로, 어떻게 미국으로 가서 공부하게 됐나.

▲1976년 서울대 자원공학과(광산과)를 졸업하고 노동청에서 일을 하다가, 우연히 TV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긴급뉴스를 들었다. 포항 앞바다에 석유가 나와 우리나라도 잘 살수 있게됐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가야할 길은 저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윽고 정부에서 석유 관련 장학생 5명을 뽑는다는 공고가 나왔고, 선정됐다. 당시 심의환 총무처 장관과 분기마다 공부내용 등을 포함해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반드시 고국에 돌아와서 선진 기술을 전수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커졌다. 이후 미국에서 걸프 오일과 쉐브론, 텍사코, 쉘, BP 등 메이저 회사를 두루 다녔고 텍사스 오스틴대 등에서 경영통계학 등을 가르치기도 했지만, 한국으로 돌아올 기회는 잡을 수 없었다.

--하고싶은 말은.

▲미국 셰일은 지금이 투자 적기다. 잃어버린 기회를 만회할 수 있는 시점이다. 휴스턴의 한인 석학을 십분 활용해야 하고, 미국의 기술과 품질관리(QC) 역량을 배워야 한다. 셰일 관련 기술도 이전받을 수 있다. 또 석학들을 활용하면 현지 한국 회사에서 엔지니어링 훈련(OJT)도 가능하고, 대학생에게는 인턴십을 줄 수도 있다. 이는 창조경제와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미국의 투자사들이 차지하기 전에 한국기업들이 빨리 뛰어들어 앞으로 10년후의 에너지 안보를 다져야 한다. 산업통상부나 석유공사 등도 테크놀로지 경영을 해야 한다. 정치적인 인물이 아니라 기술자가 필요하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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