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중국의 경기둔화와 산업구조 재편이 전세계 경제에 파장을 미치고 있다. 과거 중국은 원자재를 수입, 가공해 수출하는 방식으로 경제를 성장시켰다. 구리와 석탄 등의 자재는 호주와 캐나다에서 수입했고 석유는 중동 등지에서 들여왔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과 일본 등 제조업체들은 원재료를 가공해 완성품을 만들어 세계에 수출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가동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이러한 성장모델을 바꾸고 있다.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과잉투자한 석유화학.철강 산업은 통폐합과 사업축소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중국의존도가 높았던 나라들은 이러한 변화가 당혹스럽다. 호주와 캐나다 경제는 극심한 불황에 빠져 있다. 원자재 수입국 중국이 지갑을 닫자 수출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국제유가와 구리,석탄 가격이 급락세다. 이러다 보니 업계에 자금난을 겪는 회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스위스최대 석탄업체인 글렌코어는 유동성 위기에 처해 있다.

생산대국에서 소비대국으로 변한 중국은 관광이라는 키워드로 아시아 국가들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과 일본은 중국인 관광객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전통적 관광지인 홍콩과 마카오는 울상이다. 특히 홍콩 경제는 요즘 최악이다. 홍콩은 최근 2~3년간 2~3%대의 경제성장률을 꾸준히 기록했으나 내년에는 1%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관광객의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다. 위안화 평가절하의 후폭풍 때문에 홍콩으로 오는 관광객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우산혁명 이후 중국에 미운털이 박힌 탓에 음으로 양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카지노 왕국 마카오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개혁에 가장 큰 피해를 봤다. 반부패 개혁 영향으로 마카오 카지노를 찾는 중국인들이 발길을 뚝 끊었기 때문이다. 마카오의 9월 카지노 관련 수입은 전년대비 33% 감소했다. 8월에도 35.5% 급감했다.

중국 옆에 있는 우리나라는 아직까진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중국이 경기둔화에 빠지면서 전통적인 수출로 벌어들이는 달러는 줄었으나 중국인 관광객들이 쓰는 외화를 받아들여 충격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각종 기업들의 업무시설이 밀집했던 서울 도심 노른자위 땅엔 이제 호텔과 면세점이 들어선다. 지난 10년간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벗어나려고 서비스업을 그나마 육성한 결과인 것이다.

그러나 안심하기는 이르다. 우리나라의 중국경제 의존도가 높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지난 1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성장률이 3% 밑으로 경착륙한다면 한국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에 이상 신호가 온다면 우리 경제에도 큰 충격파가 올 것이 분명하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경험했듯이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에 직격탄이 될 것이다. 홍콩과 마카오가 지금 겪는 고난은 미래 어느 시점에 우리에게도 닥칠 수 있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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