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요즘 우리 경제를 보면 당혹스럽다. 유일한 성장동력인 수출까지 가파르게 쪼그라들고 있어서다. 성장 동력이 약해지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기만 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방정식이 깨졌다.

저성장이 고착화되면서 일자리가 부족해진 탓이다. 괜찮은 직장을 찾기가 힘들어졌고 어떤 직장도 안정적이지 못하다. 임금은 오르지 않고 열심히 일해도 가계부채 등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다급해진 정부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 내라고 닦달한다. 대기업들도 앞다퉈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호응한다. 겉모습만 보면 그동안 늘지 않았던 청년 일자리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십만개 쏟아져 나올 것 같다.

총수가 영어의 몸에서 풀려난 SK그룹과 한화그룹은 3만개 이상의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의욕적인 행보를 보인다. 이에 뒤질세라 영업실적이 반토막난 삼성그룹과 현대차 그룹도 2만~3만개의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선언한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을 시작으로 청년 일자리 마련을 위한 펀드 가입 열풍까지 주도하면서 분위기를 다잡고 있다.

정부의 노력으로 일자리가 늘어나면 좋겠지만 실제 사정은 여의치 않은 듯 하다. 정부가 임금피크제를 일자리 정책의 가장 앞자리에 두는 것도일자리 총량이 늘지 앉은 데 따른 고육책의 성격이 짙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대기업들의 수익성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상황에서 일자리 총량이 늘어나길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올해 일자리가 우리 경제에서 피크일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경고까지 나온다. 조선 등 일부 사업군에서 구조조정에 나서야할 정도로 대기업들의 사정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회사의 펀드가입 캠페인처럼 펼쳐지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까지 있다. 정부가 예산과 세제 등을바탕으로 일자리 정책을 다루는 게 아니라 대기업 협조와 펀드가입 독려에 나서는 모습이 금융회사의 캠페인과 닮은 꼴이라는 이유에서다. 금융회사의 캠페인은 펀드의 수익률이 좋아서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투자행위가 아니다. 금융회사 경영진이 독려하는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지인 등을 동원해서 가입하는 투자 형태가 대부분이다.

캠페인은 외형만 보면 실적이 호전된 듯 하지만 안을 들여다 보면 대부분 허수로 판명된다. 청년 일자리 정책도 금융회사의 캠페인식으로 진행되면 비슷한 운명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정부는 이런 지적에 지금이라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 같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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