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금융시장 종사자들은 올해 연말도 편하게 보내기 어려울 듯싶다.정부가 연말부터 회생 가능성이 없는 좀비(zombie)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크레디트 물에 대한 포지션 점검 등이 필요해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여지가 줄어든 데 따른 방비도 필요할 전망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구조조정을 가장 시급한 문제로 지적하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의 명분이 희석되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금리를 추가로 내려 자가당착에 빠지길 원하지 않을 것이다. 금리 추가 인하는 좀비기업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대표적인 정책으로 손꼽힌다.

좀비기업은 회생할 가능성이 없지만 정부 또는 채권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연명하는 기업을 일컫는다. '되살아난 시체'를 뜻하는 '좀비(zombie)' 같은 기업은 시장 원리에 따라 퇴출되지 않고 정부나 채권단의 지원금을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의 경영난까지 부채질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좀비기업 비중이 2013년 기준으로 15.6%에 이른다고 한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이자보상비율 1 미만의 기업이 좀비기업으로 분류됐다. 산업별로 보면 조선업 등 기타운송장비 기업은 전체의 26.2%,건설업은 41.4%가 좀비기업으로 분류됐다.

조선업과 건설업 등의 구조조정 지연이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을 갉아 먹는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와 채권단도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지만 고용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해서 섣불리 나서지 못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의 대가로 진행된 기업 구조조정은 대규모 인력 퇴출로 이어졌다.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은 지금도 우리 경제의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IMF 구제금융의 충격에서 빠져나온지 꼭 10년만인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로 우리나라 경제는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이 때 경쟁력을 상실한대부분 좀비기업들은 은행권 등 채권단이 비올 때 우산을 뺏는다며 아우성쳤다. IMF의 트라우마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정부 당국도 좀비기업에 우호적이었다. 당장 고용을 유지하는 게 우리나라 경제에 더 도움이 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7년차에 접어들고 있지만 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근 좀비기업에 대한 여론이 달라지고 있다. 좀비기업이 고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퇴출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와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 경제 사령탑도 기업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채권시장 등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퇴출대상 명단에 어떤 기업이 들어갈지 눈과 귀를 크게 열어둬야 할 것같다. 내년에 미국이 정책금리를 올리고 우리나라 등 신흥국에서 일부 자금이 이탈하면 좀비기업 줄도산이라는 한 바탕 푸닥거리가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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