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다정 기자 = 중국 경기가 경착륙할 경우 우리나라 경제가 신흥공업국 가운데 가장 취약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철용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8일 보고서에서 "한국은 중국과 긴밀한 교역과 투자 관계 때문에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면 커다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착륙은 활황세이던 경기가 갑자기 냉각되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실업자가 크게 늘어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은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 1위국인데다 광범위한 범위에서 긴밀한 국제분업 관계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대비 미국과 중국 수출액 비중을 보면 2003년에는 중국과 미국이 비슷했다. 그러나 10년 후인 2013년에는 대 중국 수출액비중이 11.2%로 미국(4.8%)의 2.5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 연구위원은 중국 경제의 경착륙 시 한국 기업에 큰 충격을 주면서 중국 사업 전략을 불가피하게 수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중국 내 전반적인 수요 위축은 설비 과잉 산업 내 기업들의 대량 파산과 인수합병 등 구조조정을 촉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 연구위원은 "소비보다는 투자 분야, 서비스업보다는 제조업이 받는 타격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중국의 경착륙은 한국 기업의 사업 수익성에서 전반적인 저하를 일으키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위원은 중국의 경착륙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이는 것은 금융시장이 될 것이라며, 세계 주요국 주가가 차례로 급락하고 외환시장이 요동치면서 해외 자금의 급격한 이동을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신흥국의 경기 급랭과 통화가치 급락에 따라 선진국 투자자금이 신흥국 자본시장에서 유출되면서 일부 신흥국들이 외환위기나 경제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성장 방어를 위해 자국통화의 가치를 경쟁적으로 떨어뜨리는 환율전쟁이 시작된다면 세계 교역이 더욱 위축되고 보호주의적 장벽이 높아져 개별 국가들이 얻는 이득은 오히려 줄어드는 결과가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경제가 경착륙의 충격에서 크게 회복되지 않고 장기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한다면 세계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에 버금가는 대공황 수준의 디플레이션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의 원인으로 ▲ 기업의 부채 급증과 연쇄 부도 ▲ 경제성장률의 정부 목표 하회 ▲ 시중자금의 부동자금으로의 유입등을 꼽았다.

그는 다만 "중국 경제는 경착륙 후 저속 성장을 보이기보다는 경착륙 후 반등 또는 연착륙을 통한 중속성장의 단계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dj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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