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금통위원 선임 관련 우스갯소리 하나. 이 자리가 방귀 꽤나 뀌는 명망가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꿀 보직'이 된 이유는 5가지 정도라고 한다.

첫째 월급이 아주 괜찮다. 연봉이 3억원대로 웬만한 공공기관장보다 낫다. 둘째, 근사한 사무실ㆍ비서ㆍ운전사 딸린 자동차가 제공된다. 셋째, 보수와 처우는 차관급 이상인데 부과되는 책임은 전혀 없다. 넷째, 4년 임기 잘 보내면 다른 좋은 자리로 옮겨 뛸 수 있다. 마지막 이유가 압권이다. 한은 내부 전문가 선생들이 개별 과외 공부까지 시켜준다는 점이다.

최근 4명의 신임 위원이 임명된 이후, 이들의 전문성에 대한 지적을 의식한 탓인지 지난주 첫 금통위 회의 직후에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의사결정 연속성에 조금도 문제가 없었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김 총재는 "회의를 해봤더니 신임 위원들의 전문성과 경험이 아주 훌륭했고 상당한 경륜과 지식이 많은 분이었다"고 추켜 세웠다. 근데 과연 그럴까. 위원들의 경륜과 지식은 6주 후부터 공개될 회의록을 매달 찬찬히 살펴보면 알 일이다.

이번 신임 위원들은 금융계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인물 일색이었다. 한은 총재가 취임 이후 강조한 중앙은행의 국제 경쟁력을 고양할 수 있는 걸출한 능력과 실력을 겸비한 인사들이 선임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않았다는 평가다.

우리나라의 경우 금통위원이 반드시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나 유럽중앙은행(ECB)처럼 화폐와 통화 등에 관해 당대의 최고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화폐금융론은 이미 경제학계에서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현실진단과 전망에 실패한 한물간 대표적 분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금리결정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다양한 파급효과와 통화정책의 금융시장 전달 경로에 대한 이해, 각종 경기 지표 도출과정에 대한 식견과 여기서 나온 결과 수치에 대한 통찰은 전문가의 영역이다.

뿐만 아니라 국ㆍ내외 금융시장의 상호 연계성, 예컨대 원화와 외환 및 외화자금시장에 대한 이해, 스와프시장의 흐름, 머니마켓과 자본시장에 대한 공부가 충분히 되어 있지 않다면 금리 결정 회의에 참여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신임 위원의 면면은 대부분 교수와 실물 업계 출신이다. 실시간으로 살아 숨 쉬는 금융시장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부족해 당분간 시장과의 불통 상태가 지속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이 실물을 흔드는 위기를 여러 번 체험한 나라에서, 금통위원이 정부와 기업, 시장을 설득할 수 있는 실력이 부족하다면 국가 리스크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비판에 신임 금통위원들은 억울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 통화와 금리 및 물가 정책은 작은 것이 큰 것에 연결되어 있고, 작은 것이 전체를 좌우하는 구조다. '디테일'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없으면 큰 결정은 당연히 어긋나기 십상이다.

물론 최종적으로 '금리 올린다 아니면 내린다'를 결정하는 일이니 눈감고 해도 확률 50%인데 뭐가 어렵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신임 금통위원이 밥값을 하려면 최소 6개월의 교육기간이 필요하다는 농담이 진실이 아니길 기대해 본다.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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