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재영 기자 = "돈 되는 사업이 절실하다. 두산 입장에서 면세 사업권은 말 그대로 '황금 티켓'이다."

IB업계 고위 관계자가 두산의 면세점 사업권 획득을 두고 한 말이다.

강도 높은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벌이고 있는 두산이 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할 '황금 티켓'을 거머쥐었다.

관세청은 14일 서울 시내 면세사업자로 두산과 신세계를 신규 선정했다.

서울 시내 2곳에 대한 사업권을 가지고 있던 롯데는 소공동 본점은 지켰지만, 잠실 월드타워점은 잃었다.

롯데의 '수성(守城) 실패' 못지않게 관심을 끈 것은 두산의 면세사업 진출이다.

소비재 기업에서 중공업 중심 기업으로 변모했던 두산이 면세사업권을 확보함에 따라 다시 한 번 그룹의 '간판'을 바꿀 기회를 맞았다.

두산은 창업 100주년인 지난 1996년을 기점으로 식음사업과 같은 소비재 사업을 과감히 정리했다. 이후 찾아온 외환위기를 기회로 삼아 주력 사업을 완전히 바꿨다.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 맥킨지의 조언에 따라 OB맥주를 매각하는 한편, 이후 버거킹과 KFC 등과 같은 소비재 사업을 차례로 정리했다.

동시에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고려산업개발(현 두산건설) 등을 인수해 주력 사업을 소비재에서 중공업으로 바꿨다.

하지만 그룹 간판 사업을 바꾼 지 10여년이 지난 현재, 중공업 등 주력 시장이 침체에 빠져들면서 두산은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시기가 찾아왔다.

㈜두산과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두산엔진 등 5대 계열사들이 일제히 순손실을 기록하며 상반기 연결 기준 순손실 규모는 3천억원에 이른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두산 주요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강등했다.

최근에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알짜' 사업인 공작기계사업의 일부 지분을 매각하려던 계획을 바꿔 아예 경영권까지 통째로 팔기로 결정했다.

앞서 두산인프라코어는 건설·광산장비를 생산하는 프랑스 자회사 몽따베르 지분 100%도 1천350억원을 받고 미국 광산장비 업체에 매각했다.

두산은 재무구조를 개선이 절실했던 것이다. 동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도 안았다.

주력 사업인 건설 장비 시장이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면세사업권 확보는 두 가지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카드였다.

시내 면세사업권 특허가 올해 만료되고, 여기에 유통 강자인 롯데에서 극심한 경영권 분쟁이 터진 것은 어떻게 보면 두산 입장에서는 '호재'였던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두산은 지금 '돈이 되는 사업'이 절실하다"면서 "면세점 사업을 비롯해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당장 돈이 되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y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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