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훈 KL파트너스 변호사

(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삼성그룹은 올해 상반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는 헤지펀드 운용사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대응하기 위해서 '왁텔 립튼 로젠 앤 카츠(Wachtell, Lipton, Rosen & Katz, 이하 왁텔)'라는 미국계 로펌을 법률 자문사로 선정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작업을 변호사 수 267명(2014년 기준)에 불과한 로펌에 맡긴 것이다.

변호사 규모로 보면 미국 내 167위. 국내에서는 법무법인 세종과 비슷하다.

그럼에도, 세계적 기업인 삼성이 왁텔을 선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2004년 뉴욕대학교(NYU) 로스쿨에서 수학한 이성훈 KL파트너스 변호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해할 수 있다.

당시 뉴욕대 로스쿨 교수인 왁텔의 한 변호사는 프랑스 고객에게 '당신은 도대체 언제 잠을 자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뉴욕이 새벽인 시간대에 이메일을 보내도 왁텔 변호사의 회신은 항상 5분을 넘지 않아서다. 기본적인 마음가짐이 고객을 향해 있다.

왁텔은 다른 로펌과 달리 송무 업무가 아닌 기업 법률자문에 주력한다. 특히, 글로벌 인수ㆍ합병(M&A)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최근 세상을 놀라게 한 670억달러 규모의 델-EMC 합병도 왁텔의 작품이다.

왁텔이 거둔 지난해 매출은 7억250만달러로 미국 내 44위(아메리칸 로이어 기준)에 그치지만, 파트너 1인당 매출은 550만달러로 1위인 이유다. 변호사 1인당 매출도 263만달러로 역시 최고다.

이 변호사의 목표도 '왁텔과 같은 로펌이 한국에도 있어야 한다'로 굳었다.

그는 뉴욕대 로스쿨을 졸업하고서 약 10년 뒤, 결국 국내에서 국제중재로 이름을 떨친 김범수, 이은녕, 김준민 변호사와 힘을 합쳐 지난달 KL파트너스를 세웠다.

그동안 이 변호사는 금호그룹의 대한통운 인수,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롯데그룹의 중국 유통체인점 타임스 인수, 금호그룹의 금호렌터카 매각, 오리온그룹의 온미디어 매각,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 업무 등 굵직한 딜을 경험한 'M&A 베테랑'이 돼 있었다.

그는 KL파트너스를 한국의 왁텔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변호사는 전 직장인 세종을 언급하며 16일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로펌에서 안정적인 변호사 생활을 영위하는 것도 매력적인 선택"이라며 "그러나 동질적인 서비스 마인드를 갖춘 변호사로 이뤄진 최고의 기업법률 자문 전문로펌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 변호사를 따라 3명의 변호사가 KL파트너스에 합류했다.

여전히 대형로펌에 비해 초라하지만, 이 변호사는 "기업은 최근 로펌보다 변호사 개인의 역량을 기준으로 선택하기 시작했다"며 "왁텔만 보더라도 변호사의 수는 다른 대형로펌에 비해 10분의 1 수준이지만 오히려 역량을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률적인 의견만 내면 잘 안 풀리는 경우가 많다"며 "다양한 분야의 토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어드바이저가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최근 국내외 M&A 시장이 사모투자펀드(PEF) 중심으로 흘러간다는 데 주목했다. 최근 마무리된 7조2천억원 규모의 홈플러스 딜이 대표적이다.

이 변호사는 "M&A는 궁극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높여 사회에도 공헌하는 선순환 작업"이라며 "M&A의 순기능을 인식하고 투철한 서비스 마인드로 기업과 사모펀드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벽에도 5분 내로 답할 수 있는 어드바이저가 되겠다는 그에게 '정말 가능한가'라고 다시 물었다.

대답은 같았다. "어드바이저에게 삶의 균형은 필요하지 않다"며 "최근에 뽑은 3명도 책임감이라는 기준으로 뽑은 분들. 고객은 왕이다"고 그는 다시금 강조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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