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금융의 위기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세계 금융업계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강력한 규제가 도입되면서 은행과 증권 등 금융계의 수익원이 사라지고, 업계의 감원과 구조조정, 합종연횡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시는 대형 금융위기가 일어나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전 세계적으로 형성되면서 금융에 족쇄가 채워진 형국이다.

미국의 도드-프랭크 법은 은행의 자기거래를 엄격히 제한한다. 리먼 브러더스와 베어스턴스 등 역사를 자랑하는 은행들이 망하게 된 것이 바로 위험하게 운영된 자기거래였기 때문이다. 유럽 규제당국은 각종 파생상품을 거래할 때 생기는 거래상대방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보고 의무를 강력하게 부과했다. 시장을 한꺼번에 몰락시킬 수 있는 고빈도 거래에도 규제를 가하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작년 4월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공조해 고빈도매매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벌인 바 있다.

강력한 규제는 금융업계를 쪼그라들게 하고 있다. 영업실적 회복에 실패한 글로벌 은행들은 몸집줄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는 물론 영국의 스탠다드차타드와 이탈리아의 우니크레디트, 독일의 도이체방크, 스위스의 크레디트스위스 등 유럽계 은행들도 대규모 감원을 예고했다.

자본확충 압박을 받는 은행들도 많다. G20(주요 20개국) 차원에서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G-SIB.대마불사 은행)을 대상으로 자본확충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마불사 은행들은 2022년까지 1조2천억달러(1천370조원)의 자본확충을 완료해야 한다.

여기저기 그물처럼 쳐놓은 규제와 감시망이 금융업계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그러나 더 큰 위기는 인재들이 금융업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명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MBA(경영학석사)들은 더이상 월스트리트의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 대신 미래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실리콘밸리로 향한다. 매년 감원과 구조조정 한파가 부는 월스트리트의 차가운 골목보다 무인자동차와 로봇, 3D 프린터 등 차세대 먹거리가 있는 실리콘밸리가 그들을 잡아끄는 것이다. 사람이 곧 미래를 좌우하는 세상에 인재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건 산업 자체의 큰 위기징후다.

패러다임의 변화도 금융업의 위기를 자극한다. 택시에서나 볼 수 있었던 '우버'의 공유경제 개념이 금융에도 도입될 전망이다. 공유경제의 특징은 중개자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소비자와 공급자가 직접 만나기 때문에 은행이라는 매개체는 불필요하다. 로봇(인공지능)을 이용한 투자권유 서비스가 나오고 기업의 자금조달이나 프로젝트 투자에도 우버의 개념이 도입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회사들이 기존 영역에만 머물면 변화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해 도태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달라진 환경은 금융에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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