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달 들어 잇따라 소개된 두 장의 사진이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의 현주소를 시사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웃 나라인 중국과 일본이 자체기술로 상업용 제트여객기 국산화에 성공했다는 소식과 함께 소개된 사진 두 장이다.

일본 미쓰비시사는 지난주 동체 길이 35m, 승객 90명을 태우고 최대 3,400km를 날 수 있는 MRJ 제작 발표회를 열었다. 이착륙할 때소음이 기존 항공기의 3분의 2수준이고 연비도 20%나 개선됐다는 게 미쓰비시의 설명이다. 벌써 400여대의 선주문을 받았다는 자랑도 이어졌다. 2020년 5천대 수준으로 확대될 중형 여객기 시장에서 MRJ가 2천대 정도를 확보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일본 제조업계는 MRJ 생산을 계기로 일본 항공산업의 자존심을 되찾았다며 환호하고 있다.







< 2차 대전 당시 제로센이라는 전투기를 만들었던 일본 미쓰비시사가 최근 개발한 여객기 MRJ의 할강 모습. 2차 대전 당시 한 해 2만5천대의 항공기를 생산했던 일본은 전후 70주년을 맞아 항공산업의 부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앞서 중국도 이달초 독자개발 대형 상업용 여객기인 C919의 첫 출고식을 가졌다. 짝퉁 생산 국가라는 오명을 가졌던중국이 에어버스와 보잉으로 양분된 세계 대형 여객기 시장에 본격 참여를 선언한 셈이다. C919는 최대 탑승 인원 190명으로 158개의 좌석을 놓을 수 있고 4천075km를 무주유로 비행할 수 있다. 여객기 개발 관련 지식재산권 대부분도 중국이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중국이 자체 개발한 대형 민간 여객기 C919. 중국이 자국의 왕성한 수요를 바탕으로 항공산업에서 경쟁력을 빠른 속도로 확보하면서 에어버스와 보잉사 등을 긴장시키고 있다>



중국은 자체 수요를 바탕으로 기존 업체와 대형 여객기 시장에서 삼분지계를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중국 동방 남방의 3대 항공사와 금융리스 21개 업체가 구매계약을 맺었거나 구매 의사를 밝혔다. 이들 자국기업의 수요량만도 517대에 달한다

C919의 성공적 출고에 에어버스와 보잉이 긴장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C919의 경쟁기종인 A320과 737의 수요가 구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동안 위안화 고정환율제로 전 세계 생산기지 역할을 하며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최근 글로벌 수요 부진에다 과잉설비 문제로 일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여전한 제조업 강국이다. 특히 최근 비약적인 기술발전으로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졌던 휴대폰이나 자동차 부문에서도 눈부신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이미 항공기 생산에 성공한 일본도 가파른 약한 엔화를 앞세워 자동차 부문 등에서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두고 있다.일본은 이른바 아베노믹스 도입이후잃어버린 20년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웃한 두 강대국이 중대형 여객기를 양산하는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은 반면 우리나라는 제조업 경쟁력을 너무 빠른 속도로 잃고 있다는 평가다.

LG화학이 만든 밧데리를 단 중국산 전기차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반값에 수입되면 우리나라 자동차 관련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5년 뒤 일본이 전세계를 상대로 민간 여객기를 팔고 있을 때 우리나라는 과연 무엇을 수출하고 있을까. 중국과 일본이 민간 여객기를 자체 개발했다는 소식과 함께 날아든 두장의 사진. 이 두장의 사진이 위안화나 엔화의 평가 절하 보다 한국 제조업에 훨씬 더 위협적인 것으로 느껴진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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