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 예능, 드라마만 흥행이 중요한 게 아니다. 증권사 전망 세미나도 흥행이 최우선이다.

여의도 증권맨들은 바쁘다. 그래서 세미나도 필요한 부분만 체리피킹(Cherry picking)한다.

몇 달을 공들여 준비한 주최측 입장에선 해당 세션에서 몇 명의 청중이 모였는지가 성패의 관건이다.

NH투자증권이 꺼내 든 카드는 CJ E&M의 나영석 PD였다.

'인베스트먼트 포럼' 첫날 엔터테인먼트 산업 부문 연사로 나영석 PD를 초청한 것.

모시기 작업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흥행과 내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했던 NH투자증권은 영업부 직원의 중학교 동창인 나영석 PD를 적극적으로 섭외하기 시작했다.

나 PD는 '꽃보다할배', '신서유기' 등 제작으로 눈코 뜰 새 없는 스타 PD다.

삼고초려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50명이 착석 가능한 4층 강당은 물론, 150석이 마련된 5층까지도 행사장은 가득찼다.

나영석 PD의 강연이 시작될 쯤에는 계단 사이사이 통로까지 차지하고 듣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돌아가는 현황을 더 생생하게 시장 참여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며 "당초 지난해에 모시고자 했으나 제작 스케쥴과 맞지 않아 1년간 '삼고초려'해 모셨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중국 자본, 그리고 그 미래에 대해 그는 살아있는 얘기를 꺼내놓았다.

중국의 제작 능력이 부상하고 있는 만큼,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는 3년이란 유예기가 있다고 예견했다.

중국은 한국의 버라이어티, 예능 등을 모방하고 싶어하지만, 아직은 콘텐츠가 부족하다. 직접 투자하는 중국 회사도 늘지만 제조업과 달리 사람의 머리를 쓰는 컨텐츠는 쉽게 한국만큼 올라오기는 어렵다.

하지만, 최근에는 직접 한국의 유명 PD 등을 차출해가고 있어 이들이 후계자를 양성, 3년 이내에 웬만한 컨텐츠는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전망이다.

나 PD는 "중국에서 계속 이쪽 업계에 돈을 뿌리는 것도 3년 정도면 끝날 것"이라며 "예전에는 중국이 포맷이나 대본을 사갔지만, 이제는 아예 PD, 작가 등 핵심 역량을 사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핵심 역량을 데리고 1~2년을 일하다 보면 콘텐츠가 우리나라와 굉장히 비슷한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중국 자본과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밀월관계'는 3년 내에 재편될 것"이라고 점쳤다.

나 PD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전통적인 TV 채널에서 벗어나 모바일 기반의 컨텐츠를 제작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중국의 16억 인구 시장을 노리려면 온갖 심사와 인가를 받아야 하는 채널에서 탈피, 규제가 거의 없는 웹 기반 콘텐츠를 파급해야 한단 얘기다. 그가 최근에 선보인 '신서유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펀드매니저는 "펀더멘털, 대외 환경 등 딱딱한 단어가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사람 산업, 가치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등의 살아 있는 얘기가 있었던 세미나"라고 평가했다. (산업증권부 김경림 기자)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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