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요즘 '좀비기업'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구조조정이 임박하면서다. 좀비기업은 정부나 채권단의 지원이 없으면 연명할 수 없는 한계기업을 말한다.

특히 건설 해운 조선 철강 분야에서 일부 대기업들의 부실이 가시화되면서 정부의 구조조정을 놓고 이런저런 방법론이 제기되는 등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하지만, 정작 경영 실패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는 작은듯해서 걱정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예를 보면 쓸데없는 걱정만은 아닌 것같다.

한진해운은 최은영 전 회장이 경영권을 포기함으로써 경영 실패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으나 현대상선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2010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수천억원의 영업적자와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13년 기준으로 부채비율 1,000% 이상, 유동비율 54%로 구조조정 타깃 1순위였다.

2015년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자본잠식률은 41%로 집계돼, 증자 없이는 올해 결산 때 자본잠식률 50% 이상으로 관리종목 지정 사유에도 해당될 수 있다.

현대상선은 줄곧 재무상태가 악화될때 마다 유상증자를 통해 해결을 시도해왔다. 당연히 현대엘리베이터를 포함한 주주들이 피해를 봐온 것이다.

원칙대로라면 부실 덩어리인 현대상선을 매각해 현대엘리베이터 등 그룹내 우량 계열사들을 지키거나, 그룹의 상징인 현대상선을 대주주 책임 하에 회생시키기 위해 우량 계열사를 매각하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불발된 현대증권 매각을 보년 애초에 팔 생각이 없었던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살만하다.

원매자인 오릭스와의 계약에 비상식적인 우선매수청구권 등 부수 조항을 끼워 넣고, 계약 파기 시 벌칙 조항도 없는 '파킹 딜' 의혹을 자초해 결국 매각이 불발되는 빌미를 제공한 게 아니냐고 증권가에서는 보고 있어서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이 갖는 상징적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상선을 살리려면 그룹 내 알짜 계열사들을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내놓는 게 진정한 구조조정이 될 것이다. 현대증권 매각을 통해 그룹 차원의 자구 노력을 할 것이라면, 비상식적인 부수 조항으로 딜(deal)을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깨끗하게 매각에 나서는 게 맞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을 통한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면 그 자체가 도덕적 해이로 보일 것이란 점 역시 분명하다.

과거, 두산의 OB맥주나 이랜드의 홈에버, 한화그룹의 한화에너지 등도 위기 돌파를 위해 핵심계열사가 매각된 사례였다. 현대그룹으로선 타산지석으로 삼을만하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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