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좀처럼 보기가 힘들다. 온갖 소문만 무성하다. 증권사 트레이더들 얘기다. 여의도 메리어트호텔 지하에 있는 수억원대 외제차는 대부분 증권사 쥬니어 트레이더들의 전리품이란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하지만 이 사람들 대체 어디가야 만날 수 있을까.

25일 늦은 7시 한강 마리나에는 파생상품 시장 참여자 124명이 모였다. 파생시장협의회에서 매년 개최하는 '파생인의 밤' 행사였다.

이진혁 파생시장협의회 회장 겸 하나금융투자 세일즈앤트레이딩(S&T) 대표, 박휘준 보고펀드 헤지펀드 대표를 비롯해 트레이딩 대가(大家)인 NH투자증권, KDB대우증권, 현대증권에서도 42명의 실무진들이 참석했다. 키움증권, IBK투자증권 등에서도 숨겨진 프랍 선수들이 등장했다.

원탁에 둘러앉아 옆사람과 조곤조곤 얘기하는 그런 저녁 자리가 아녔다.

홀 중앙에 놓인 핑거푸드(finger food)와 맥주, 샴페인, 심지어 소주까지 무제한 마실 수 있는 드링크 바까지, 여의도 어딘가에서 오리탕, 백합탕 혹은 어복쟁반을 먹으며 소주에 맥주를 말던 이들에게 생경하다.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조지워싱턴대학 출신인 이진혁 대표는 아마 대학 시절의 그 파티를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모건스탠리, 스탠다드차타드 등 외국계 은행 세일즈 실무자들도 눈에 띄었다. 파생상품 주요 거래 창구이기 때문에 눈도장을 찍고 가겠단 것이다.

대단한 얘기를 나누는 자리가 아니었다. 어느 증권사 트레이딩 룸이 얼마를 벌었다 혹은 손해봤다는 얘기, 이제 100명가량밖에 남지 않은 파생 트레이더 중 누가 잘하고 있다는 얘기 등 시시콜콜한 대화가 오갔다.

지난 8월 이후 시장 상황도 좋지 않은데 금융 당국의 제재까지 심해져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등 볼멘소리도 나왔다.

A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은 파생상품 시장을 기본적으로 투기라고 보고 있다"며 "이 같은 인식 때문에 신규 파생상품이 나와도 더 발전하거나 흥행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말 절대수익추구형스와프(ARS)는 사모형만 발행할 수 있게 제한하고 주가연계증권(ELS)은 특별계정을 마련, 회계상 따로 처리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특히 ARS 규제는 금융감독원이 금융위에 직접 건의한 것. 금감원 파생상품국은 ARS의 구조를 '블랙박스'라고 부르며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른다는 논리로 제재를 요청했다.

파생시장 관계자들 같은 규제를 연단으로 삼아 한층 성숙한 시장을 키우겠다는 입장이다.

이진혁 파시협 회장은 "금감원의 검사가 심해졌다는 것은 그만큼 파생상품 선수들이 잘하고 있다는 얘기다"며 "길게보면 업계의 건전한 발전이라는 큰 방향에 일조, 순기능을 해줄 것"이라고 전했다.(산업증권부 김경림 기자)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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