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김영태 전 현대엔지니어링 재경본부장(CFO)이 '분식회계 추방연대'를 출범하는 등 시민운동가로 거듭났다.

김영태 전 CFO는 재무·회계 전문가로서 건설업계에 발을 담궜던 시간 동안 보고 느꼈던 바를 바탕으로, 공식적인 재무제표를 통해 분식회계 여부를 정밀하게 분석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1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르면 수주산업에 대한 매출인식 과정에서 미래를 확신할 수 없는 경우에는 들어간 원가만큼만 매출을 잡아야 한다"며 "관행상 조선·건설업체 대부분이 이런 원칙을 지키지 않고 매출을 과대계상 하고 있는 데 분식이다"고 주장했다.

김영태 대표는 지난 1985년 현대자동차 그룹에 입사한 이후 30년간 대부분 재경본부에서 일한 재무·회계 전문가로, 특히 원가관리에 정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알라바마 공장 재경담당 중역과 현대자동차 재경사업부장 등을 역임했고, 올해 초 현대자동차를 떠나 계열사 현대엔지니어링 재경본부장(CFO)에 올랐다. 하지만, 임기 6개월만에 재경본부장 직에서 물러났다.





<김영태 분식회계 추방연대 대표>



다음은 김영태 대표와의 일문일답.

--전직 건설업체 CFO가 업계 반대편에 섰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건설업계에 몸담으면서 봤더니, 수주산업 전반에 자료를 교묘하게 허위로 작성해 공시하는 관행이 만연하다는 것을 알았다. 분식회계는 상호신뢰라는 사회 원칙을 저버리는 범죄 행위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바라보면서 누군가는 분식회계 가능성을 경고해주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최근 조선·건설업계의 대규모 적자는 고의 또는 과실로 숫자를 조작한 것이다. 애초 잘못된 예정 원가율을 사용했더라도 2년차에는 예정 원가율이 적정한지 판단할 수 있다. 공사시작 시점부터 꾸준하게 이익을 잘 내고 있다가 공사준공 시점에 대형 손실을 인식하는 것은 사실상 분식회계라 보면 된다. 이것을 회계절벽이라 표현하지만 적절하지 않다.

--첫 활동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지목했다.

▲지난달 10일 분식회계 추방연대는 금융감독원에 대우조선 분식회계를 신고했다. 분식의혹을 확정하는데 6개월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대규모 추가손실이 있다고 삼정회계법인에서 보고한 내용을 살펴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대우조선을 분식회계라고 보는 근거는.

▲대우조선은 지난 2013년 1분기부터 2015년 3분기에 이르기까지 2012년 및 2013년에에 대규모로 수주한 플랜트 등 해양·특수선들을 건조하면서 예정원가를 실적원가가 초과하는 현상이 심각하게 발생했다. 2012년 해양·특수선 수주는 2011년의 350%가 넘는 13조8천여억원이다. 당시 신임 대표에 의한 전략적인 저가수주였다. 임직원들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경영진에 보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회계처리 기준에 따르면 예정원가와 실제원가에 괴리가 있음을 인식하면 그 시점에 그 결과를 즉시 회계결산에 반영해야 한다. 그럼에도 예정원가율을 변경하지 않은 탓에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계속해서 손익계산서상으로는 영업이익 났으나, 현금흐름표상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감소하는 모양을 보였다. 특히 대우조선은 재무활동으로 조달한 현금증가분의 96%가 미청구공사에 사용된 형태였다. 미청구공사는 미리 매출로 잡아놨지만, 실제 발주처에 기성요청도 못한 금액으로 매출채권도 아닌 상태다. 매출대비 40%가 넘으면 적생경보고 50%를 초과하면 정상적인 기업운영이 불가능한 상태로 보면된다. 영업이익이 많다고 하면서도 부채가 끊임없이 늘어나면 분식의 예고편이고, 그 금액이 미청구공사 채권잔액 증가에 들어갔다면 사실상 분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분식 징후가 있는 다른 업체는 없나.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은 수주산업에 대해 진행회계기준으로 한다는 내용만 있는데,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은 수주산업에 대한 매출인식 과정에서 미래를 확신할 수 없는 경우에는 들어간 원가만큼만 매출을 잡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대부분의 조선·건설업체 들이 이런 원칙을 지키지 않고 매출을 과대계상하고 있다. 분식이다. 대림산업이나 롯데건설 등은 상대적으로 영업이익과 현금흐름 등의 괴리감이 적어 분식의혹이 덜하다.

--앞으로 계획은.

▲분식회계 추방연대(www.sogfa.com)에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분석을 마무리하고 자료를 내놓겠다. 이후 타 건설업체에 대한 자료도 검토할 예정이다. 업종별 평가기준도 만들겠다. 기존 방식과는 다소 다른 평가방식이 될 것이다. 제보가 들어오는 업체에 대해서 최우선적으로 분식여부 검토에 착수하고, 코스닥에 기업공개(IPO)하는 회사의 재무제표 적정성도 주의 깊게 살펴볼 계획이다. 이들 업체는 상장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몇 년간 이익을 잘 관리하다가, 상장 이후 손실이 발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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