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말 사고 싶었는데 아침에 다른 운용사 매니저한테 'CGV 좋아 보이지 않냐'라는 문자를 받는 바람에 결국 못 샀어요."

중형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울상을 졌다.

사려고 마음먹은 건 11월 초였다. 당시 주가는 10만원대였다. 이후 주가는 상승세를 지속, 지난 12월 2일에는 20일 최고가인 12만7천원을 기록했다.

여의도에 들이닥친 검찰의 칼에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들이 몸 사리기에 급급하다.

10월 언젠가, 텔레그램 메신저 알람이 끊이질 않았다.

'OOO이 텔레그램에 가입하셨습니다(joined Telegram).'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이 한미약품의 내부정보를 빼돌린 직원과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를 검찰에 통보한 날 즈음이었다. 텔레그램에 다시 가입해 이전 기록을 없앤 것이다.

'남자는 핑크'라며 불어닥친 아이폰6S 로즈골드 열풍도 검찰 눈 피하기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기존 안드로이드 기반 휴대전화와 달리 아이폰은 페이스타임(facetime)을 이용하면 통화 내용 등을 수색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페이스타임 통화 기록만으로도 범죄 여부를 추정할 수 있다는 게 검찰 및 감독 당국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검찰은 이달 들어 알펜루트투자자문 대표와 한가람투자자문 매니저 등의 시세 조작 혐의로 구속, 한국거래소 직원이 카카오 주식 블록딜을 알선하고 금품을 받은 혐의 등을 적발했다. 종목 작전 세력은 꾸준히 색출 중이다.

증권 범죄를 발본색원하겠다는 의도와 검사가 옳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검찰 발표에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정보교류는커녕 '만에 하나'의 불안에 카카오톡 메시지 지우기, 텔레그램 재가입, 심지어 휴대전화를 바꾸기까지 이르렀다.

한미약품 사건을 시작으로 끊이지 않는 검찰의 기소, 체포 발표는 이들이 압수한 휴대전화와 메신저에 기반했다는 소문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사람, 회사 이름도 메신저에서 실명으로 거론하기 어렵다"며 "누가 범죄를 저지르는지도 모르고 어디서 어떻게 무슨 얘기가 걸려 들을지 몰라서 아예 온라인 대화는 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의 무분별한 수사 발표로 피해를 보는 회사도 속출하고 있다. 구속된 직원의 회사 이름이 바뀌거나 이전 직장에서 있던 사건인데도 현재 근무하는 회사 이름이 거론됐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간 관례처럼 받던 블록딜의 '검은돈'이 물 위로 떠오르면서 아예 업계를 떠나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며 "잘못된 관례가 드러났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모든 금융권 종사자가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돼 버렸다"고 한숨 쉬었다. (산업증권부 김경림 기자)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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