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금융시장이 격동기에 들어섰다. 미국의 역사적인 첫 금리인상을 앞두고서다. 각국의 경제펀더멘털을 반영하는 환율, 금리 등 금융시장 변수들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방향을 잡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는 것이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계속 내리면서 아시아 각국의 환율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세계 경기의 바로미터' 국제유가는 배럴당 40달러가 무너진 이후 추가 하락압력을 받고 있다. 유가 하락은 세계 경기침체의 전조여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 증시 역시 나락의 길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동시다발적 환율전쟁 우려

미 금리인상은 필연적으로 달러 강세를 유발한다. 유럽으로선 유로화가 약세를 띠게 되므로 환영할 일이다. 미국과 유럽의 통화정책 차이로 인한 이른바 그레이트 다이버전스(Great Dvergence) 효과다. 그러나 미국으로선 달러 강세가 경기회복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이를 제어할 장치를 원한다. 시장참가자들이 미국의 내년 금리인상 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보는 이유다.

이렇게 되면 유럽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화 가치를 더 떨어뜨리기 위해 추가 완화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1유로=1달러'의 패리티를 향해 가려는 유럽과 그걸 막으려는 미국의 대결 속에 각국 환율도 들쭉날쭉한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위안화 절하는 아시아 환율전쟁을 몰고 온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주(7~11일) 닷새 연속 위안화가치를 절하해 고시하며 시장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인민은행은 지난 11일 저녁 위안화 환율을 달러 뿐만 아니라 다른 통화바스켓에도 연동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외신들은 중국이 앞으로 위안화 절하를 계속 유도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했다.

중국 경제와 연관성이 높은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도 줄줄이 하락압력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한국 원화를 비롯해 대만 뉴타이완달러, 일본 엔화까지 하락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CNBC 등 외신들은 중국발 환율전쟁이 개막했다며 우려를 표시한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에서 동시다발적인 환율전쟁은 국제금융시장을 혼돈의 도가니로 빠뜨릴 것으로 염려된다.



◇저유가 폭탄, 국제금융시장에 '적신호'

국제유가 급락 역시 시장에 큰 파장을 미친다. 유가 하락은 세계 주식시장에 악재다. 1차적으로 석유를 주력으로 하는 기업들의 실적을 저하시켜서다. 2차적으론 세계경기의 둔화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증시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저유가는 주식시장 뿐만 아니라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글로벌 외환시장의 화두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다. 저유가로 인한 산유국들의 경기 부진으로 이들 통화에 대한 매도가 늘어나면서다. 과거 금리가 싼 엔화를 빌려 수익률이 높은 산유국 통화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최근 이 포지션을 정리하면서 엔 캐리 청산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엔화가 최근 며칠간 상승압력을 받으며 외환시장이 요동쳤다.

배럴당 40달러를 무너뜨린 국제유가는 20달러선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산유국들의 치킨게임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고질적인 공급과잉 문제 역시 해결의 길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셰일 가스 혁명은 유가 상승을 본질적으로 어렵게 하는 요소다.

수요측면에서도 비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을 제외하고는 세계경기가 위축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석유수요가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 엘니뇨로 인해 올 겨울은 전반적으로 따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난방용 수요 역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유가 하락은 미국 금리인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저유가 체제가 지속되면 내년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는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다. 분기당 1회, 연간 4회꼴로 예상됐던 미국의 금리인상 횟수는 연간 2~3회로 수정될 조짐을 보인다. 내년도 글로벌 시장의 정세는 그야말로 예측불허다.

(국제경제부장)

jang73@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