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자 세계 각국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특히 자본유출 압력에 직면한 신흥국들은 어떻게 대응할지 전전긍긍한다. 금리를 올리면 자본유출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지만 경제 성장에 장애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은 고민의 깊이가 더 크다. 내리막길을 타고 있는 중국 경제의 영향권에 놓여 있어서다. 중국의 성장 둔화로 기업 실적은 추락하고, 인력감축·비용절감 등 구조조정 압력에 직면해 있다. 금리를 내리고 재정을 투입해 경제성장 모멘텀을 확보할 때가 된 것이다.

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해도 모자랄 판에 미국의 금리인상 사이클을 만났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정책 딜레마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중국이 자국의 경기부양을 위해 위안화를 지속적으로 절하시키고,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인하한다면 아시아 국가들의 딜레마는 더 커질 것이다. 중국 성장둔화의 충격을 방어할 것이냐,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억제할 것이냐를 놓고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해서다.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리기만 했던 과거 1990년대, 2000년대와는 분명히 다른 환경이다. 같은 신흥국이라도 아시아권에선 중국 변수에 따라 금리를 내리는 나라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 변수보다 미국 경제와 연관이 큰 중남미 국가들은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미국의 금리인상기엔 대부분 국가들이 미국을 따라 기준금리를 올려 대응했으나 이번에는 '각국도생'해야하는 시기를 맞은 셈이다.

아시아에선 대만이 지난주 금리인하를 택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대만은 중국경제 의존도가 높은 나라 순위 2위다. 대중국 수출 비중이 26%나 되고, 국내총생산(GDP)에서 중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6%나 된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 등 중국과 대만의 경제 연관성은 매우 높다.

일본은 미국의 금리인상 하루 뒤에 금융완화 보완책을 내놨다.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 경제둔화 사이에 선 일본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일본의 중국 수출 비중은 19%, GDP의 3%에 이른다. 스마트폰 부품과 자동차 등 기술경쟁력이 높은 제품을 수출한다. 일본은 경기회복이 지연될 경우 내년 4월에 추가 부양책을 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경제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 1위 호주와 8위 말레이시아, 10위 인도네시아 등도 금리인하를 선택할 가능성이 큰 나라다.

한국은 어떨까.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비중은 25%, GDP 비중은 11%로 중국 경제의존도 순위가 3위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은행이 내년에 두차례 가량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본다. 현재 1.5%인 금리가 1.0%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한국은행에 '디플레 파이터'로 역할 변화를 주문한 것도 이러한 현실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외교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끼인' 존재인 한국은 경제 부문에서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외교에서도 경제에서도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인듯싶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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