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고한 구경꾼(innocent bystander)'이란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위기의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음에도 그로 인해 타격을 입는 신흥시장국을 일컫는다. 최근 유로존 재정위기 우려가 확산한 데 따라 '무고한 구경꾼'으로서 국내금융시장의 충격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늘고 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6일 한 강연에서 신흥시장국을 무고한 구경꾼으로 정의하며, "신흥국은 견실한 경제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교적 잘 극복해왔지만, 선진국 경제와의 상호관련성이 높아 선진국의 경기.금융상황 변화에 취약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흥시장국의 총 수출 중 40% 이상이 유럽과 미국시장에 대한 수출이며, 해외 자금조달을 많게는 90%가량 유럽계 은행에 의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몇 년간 유로존 은행의 디레버리징(차입투자 청산)이 신흥시장국 외환시장의 주된 불안요인으로 작용한 것도 무고한 구경꾼으로서 신흥국의 금융시장이 선진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국내 당국자들은 '글로벌 금융 안전망'과 같은 급격한 자본 유출입 방지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지난 2010년 당시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글로벌 금융안전망은 위기와 관련 없는 국가(innocent bystander)로까지 위기가 급속히 확산되는 시스템 위기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금융안전망이 개별 국가의 문제가 아닌 외생적인 충격에 의한 경우에만 유효하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면 도덕적 해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중수 총재도 지난 2월 한 강연에서 "글로벌 유동성 향방에 따라 신흥국이 무고한 피해국가가 되는 사례가 반복될 위험이 있으므로 자본이동에 대한 포괄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흥국의 경우 자본이동 충격이 금융의 중개기능을 매개로 증폭돼 실물 경기의 변동성을 확대한다는 진단이다.

또한 국가간 연계성이 커지면서 자본이동이 글로벌 위기로의 전이 경로로 작용한다는 분석에 따라 글로벌 유동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거나 국경 간 전이 효과를 감시할 수 있는 국제공조 체계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정책금융부 권용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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