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병신년(丙申年) 국제금융시장의 키워드는 환율이다. 첫발을 내디딘 미국의 금리인상을 계기로 달러화 가치가 얼마만큼 오를지, 국제화 무대에 등장한 위안화 환율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추가완화 가능성이 점쳐지는 엔화와 유로화도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등이 주목할 대상이다.

미국 달러화의 향방은 나머지 국가의 환율 운명을 가늠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달러가치의 등락에 따라 위안화와 엔화, 유로화 등 주요 통화들의 길이 정해질 것이 확실시된다. 달러의 움직임은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와 국제유가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결정된다.

미국 금리인상 속도는 1년에 네 번 정도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기본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여건 변화에 따라 1년에 2회 정도로 줄어들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본 전망보다 금리인상 속도가 늦어진다면 달러는 오히려 하락할 것이다. 달러가치는 최근 2년간 미국의 금리인상을 기대하며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에 추가 상승보다는 하락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에서다.

국제유가의 약세는 달러가치의 발목을 잡는 변수다. 유가 하락이 미국의 물가상승을 억제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올해까지는 저유가가 지속될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미국 금리인상과 달러 강세에 장애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성장과 고용시장 상황이 당국의 예측치에서 벗어나지 않고 견조한 흐름을 보인다면 1년에 네 번 이상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달러가치는 강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도 변수다. 대선을 앞두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상 강도를 예상보다 낮출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표적인 게 조지 W. 부시의 재선이 있던 2004년이다. 당시 연준은 6월에 금리인상을 시작해 8월과 9월, 11월 등 계속적으로 금리를 올렸다.

중국 위안화 가치는 경기둔화와 수출 부진, 외국인 자금 유출 등을 이유로 하락세를 탈 것으로 점쳐진다. 10%가 넘는 고성장 시대를 뒤로 하고 6% 성장률 국면에 들어선 중국 정부는 성장률의 추가하락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인하와 지급준비율 인하, 위안화 환율 절하 등이다.

위안화는 구랍 28일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증시의 급락과 외국인 자금 유출을 반영해서다. 중국 증시의 널뛰기 현상이 올해도 반복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위안화 환율도 불규칙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위안화 환율은 올해뿐만 아니라 향후 4~5년간 외환시장을 뜨겁게 달굴 이슈가 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 이후 중국은 시장에 기반을 둔 환율시스템으로 이동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환율의 급등락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보다 먼저 산업화의 길을 걸었던 한국과 일본의 사례를 보면 환율이 경제운용에서 얼마나 중요한 변수인지 알 수 있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엔화 절상기를 맞았고 버블 붕괴와 장기불황에 빠지며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다. 88 올림픽을 계기로 승승장구하던 한국 경제는 환율방어에 외환보유액을 낭비하다가 1997년 외환위기를 맞고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며 나락에 떨어졌었다.

잘 나가던 한국과 일본 경제에 제동이 걸린 것은 모두 환율에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위안화 환율 시스템을 개혁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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