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500조원 규모의 국민연금 공단 이사장에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명되면서 기금운용본부장(CIO) 인선에 세간의 이목이 쏠린다. 기금규모로 세계 3위, 신규자산 편입 규모로 사실상 세계 1위인 국민연금 기금의 실질적인 운용 권한은 기금운용본부장의 몫이기때문이다. 벌써아무개는 정권의 실세인 누구의 고등학교 동문이고 또 다른 아무개는 모 국무위원의 대학 동문이라 유력할 것이라는 말이 나돈다. 심지어 출신이 특정 지역이라야유리할것이라는 소리까지 나온다.

부끄러운 일이다. 해당 후보자들이 현역 시절 어떤 운용 능력을 보여줬는지 트랙레코드(Track Record:실적)는 언급되지 않고 연고주의가 판을 치고 있어서다. 500조원의 거대 기금을 운영하는 데 학연 지연이 왜 필요할까. 국민연금은 수익률을 1%포인트만 올려도 고갈 시점을 6~7년 가량 늦출 수 있다. 그만큼 수익률을 높이는 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지상과제다. 글로벌과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한 후보자들의 식견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유력한 투자 대안으로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는 지 등도중점 점검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비중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등 해외투자의 카운트파트너는 고도화된 투자 기법을 내세워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데 능숙하다. 기금운용본부장은 해외 IB 등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뱃심과 글로벌 투자감각도 함께 갖춰야 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지배구조를 개편하려는 문이사장이 새로 선임될 기금운용본부장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 홍완선 현 기금운용본부장은 만족스러운 기금운용 성과에도 기금운용본부의 개편을 둘러싼 내홍으로 연임하지 못했다. 지배구조 개편에 부정적이었던 최광 전 이사장이 홍 본부장의 연임에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파열음이 생긴 결과다.

문이사장은 국민연금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재임하면서 전임 경연진의 인사 잡음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가 기금운영 본부장이 금융시장으로부터 무난한 평가를 받는 인물로 낙점되길 바라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낙하산 인선 논란이 불거지면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 추진 작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문이사장은 지난해말 공개된 취임사를 통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조직 역량을 강화하고 기금운용의 전문성, 중립성,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우리가 거인이 된 기금에 걸맞은 옷을 입고 있는지, 아직도 어린아이의 옷을 입고 있는 건 아닌지 되짚어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지적처럼 새로 선임될 국민연금 기금운용 본부장이 500조원에 이르는 국민의 노후 쌈짓돈을 잘 관리할 수 있는 인물로 선임되는지 모두가 지켜볼 일이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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