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중국 경기 둔화 우려와 중동 지정학적 불안이 아시아와 유럽 증시에 이어 미국 증시마저 강타했다.

4일(미국시간) 뉴욕 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1~2%의 하락세를 보였다. 다우지수는 장중 450포인트가량 급락해 1932년 이후 새해 첫 거래일 중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중국 증시 폭락과 이란·사우디아라비아의 갈등, 미국 경제 지표 부진 등이 지수를 끌어내렸다.

뉴욕유가는 중동 국가간 긴장에도 전세계 공급 과잉 우려 상존 등으로 내렸다. 2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0.8% 낮아진 36.76달러에 마쳤다.

반면 미국 국채가격은 증시 급락에 따른 안전자산 매수세로 상승했고 안전통화로 분류되는 엔화도 달러화와 유로화에 상승했다.

대외 불안이 가중된 상황에서 경제 지표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1월 미국의 건설지출은 비주거용 투자 약화로 예상 밖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미 상무부는 11월 건설지출이 0.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0.9% 증가했을 것으로 예측했다.

작년 12월 미국의 제조업 활동도 예상치를 하회하며 두달 연속 위축세를 지속했다. 공급관리협회(ISM)는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월의 48.6에서 48.2로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마켓워치 조사치 49.1을 밑돈 것이다. 지수가 두달 연속 50을 하회한 것은 2009년 7월 경기 회복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뉴욕 금융시장이 중국발 악재 영향으로 큰 변동성을 보였지만,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고위 관계자들은 매파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이날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중국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다며 연준이 중기적 경제 전망에 근거한 통화정책을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윌리엄스 총재는 올해 성장률 예상치를 2-2.5%로 보고 있으며, 3-5차례의 금리인상을 예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역시 이날 경제 TV에 출연해 중국발 금융시장 불안을 일축한 뒤 미 경제가 강한 상황임을 재확인했다.

◇ 주식시장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76.09포인트(1.58%) 떨어진 17,148.94에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31.28포인트(1.53%) 내린 2,012.6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04.32포인트(2.08%) 하락한 4,903.09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락 출발한 지수는 장중 내내 하락 흐름을 이어갔다.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등에 따른 중국 증시 폭락과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외교단절 등 중동 불안이 증시를 큰 폭으로 끌어내린 요인이 됐다. 이날 발표된 미국 경제 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도 지수 하락에 일조했다.

이날 다우지수는 장중 450포인트가량 급락하며 1932년 이후 새해 첫 거래일 중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지수는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장중 심리적 지지선인 17,000선을 하회했다. 마감가 기준으로는 8년 만에 가장 부진한 첫 거래일을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금융업종이 2% 이상 하락하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기술업종과 소재업종, 산업업종, 헬스케어업종이 1% 이상 떨어지는 등 전 업종이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지수 구성종목 중에서는 애플과 캐터필러, 월마트가 소폭 오른 것 외에 전 종목이 내림세를 나타냈다. 듀폰이 5% 이상 내렸고, JP모건도 3% 이상 하락했다.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는 서킷브레이커가 작동됐음에도 전장대비 6.85% 하락 마감했다. 이날 증시 폭락은 제조업 지표 둔화, 위안화 약세, 매도 제한 해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분더리히증권의 아트 호간 수석 전략가는 이날 증시 하락이 "상당 부분 중국과 관련된 것이다"면서도 "증시 반응이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란과 사우디 아라비아의 단교에 이어 바레인과 수단도 이란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한다고 선언하는 등 지정학적 불안도 증시를 끌어내린 요인이 됐다.

미국 경제 지표도 부진했다.

작년 11월 미국의 건설지출은 비주거용 투자 약화로 예상 밖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미 상무부는 11월 건설지출이 0.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0.9% 증가했을 것으로 예측했다.

11월 건설지출은 거의 1년 반 만에 처음으로 줄어들었으며 2014년 6월 이후 최대 감소율을 보였다.

이에 따라 작년 4분기 성장률이 2%를 밑돌 것으로 전망됐다.

작년 12월 미국의 제조업 활동도 예상치를 하회하며 두달 연속 위축세를 지속했다. 공급관리협회(ISM)는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월의 48.6에서 48.2로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마켓워치 조사치 49.1을 밑돈 것이다.

지수는 50을 기준으로 확장과 위축을 가늠한다. 지수가 두달 연속 50을 하회한 것은 2009년 7월 경기 회복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시카고옵션거래소에서 변동성(VIX) 지수는 전장보다 13.67% 상승한 20.70을 기록했다.

◇ 채권시장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만기 국채가격은 작년 12월31일보다 9/32포인트 올랐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3.8bp 낮아진 연 2.237%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에 민감한 3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2.9bp 떨어진 2.984%를 나타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작년 12월31일보다 3.6bp 하락한 1.028%를 보였다.

국채가격은 중국 지표 부진에 따른 중국증시 폭락과 이에 따른 유럽 및 뉴욕증시 동반 약세 등에 따른 안전자산 매수세로 상승했다.

여기에 미국의 제조업 활동 역시 부진한 모습을 나타내 국채가격이 상승폭을 확대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외교 단절 등 지정학적 불안정 역시 안전자산 매입세를 부추겼으나 단기 상승 재료에 불과하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한 시장관계자는 "이날은 2016년이 얼마나 불안정한지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융시장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는 듯하다"고 말했다.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는 1월(26-27일)과 3월(15-16일), 4월(26-27일), 6월(14-15일), 7월(26-27일), 9월(20-21일), 11월(1-2일), 12월(13-14일)에 각각 열린다. 3월과 6월, 9월, 12월에 재닛 옐런 의장이 기자회견을 한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연방준비은행 총재와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은 총재는 이날 CNBC와 한 경제 TV에 출연해 중국발 우려에 따른 악영향 가능성을 평가절하한 뒤 미국 경제가 강한 상황임을 확인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올해 3-5차례 금리인상을 예상했고, 메스터 총재 역시 점진적 금리 인상이 적절하며 인플레이션이 2%로 상승하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중국발 악재 이후 오는 8일 12월 미국 비농업부문 고용마저 실망스럽다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내 금리인상이 한 차례 혹은 없을 수도 있다는 전망을 시장이 믿기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Fed 고위관계자들이 연일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어 국채가격 상승폭이 제한됐다고 이들은 덧붙였다.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2년과 10년만기 미국 국채수익률 스프레드는 작년 말의 122.2bp에서 120.9bp로 더 좁혀졌다.

◇ 외환시장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미 동부시간) 현재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19.42엔을 기록해 전장 후장 가격인 120.20엔보다 0.78엔이나 내렸다.

유로화는 엔화에 유로당 129.32엔을 나타내 전장 후장 가격인 130.56엔보다 1.24엔이나 떨어졌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0828달러에 움직여 전장 후장 가격인 1.0858달러보다 0.0030달러 낮아졌다.

영국 파운드화는 달러화에 파운드당 1.4723달러에 거래돼 전장 후장 가격인 1.4733달러보다 0.0010달러 하락했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화의 평균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인 달러인덱스(6400)는 전장 가격인 98.671보다 오른 98.855를 보였다.

중국 경제지표 실망 등에 따른 상하이증시 급락(6.86%)으로 유럽과 뉴욕 등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해 엔화에 대한 안전통화 매입세가 부각됐다.

파운드화는 경제지표 부진으로 영란은행(BOE)의 금리인상이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으로 달러화에 하락했다.

영국의 12월 제조업 PMI는 전월의 52.5보다 낮아진 51.9로 집계됐다.

소시에테제네랄(SG)은 BOE가 올해 4분기에나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이날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의 매파적 발언으로 달러화가 유로화에 강세를 보였고 엔화에도 낙폭을 축소했다면서 유로존의 금리차별화 가속화 전망으로 달러화가 유로화에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과 미국의 제조업 활동 부진에 따른 성장률 둔화가 현실화된다면 엔화와 스위스 프랑화가 강세 통화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이들은 덧붙였다.

◇ 원유시장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배럴당 28센트(0.8%) 낮아진 36.76달러에 마쳤다.

유가는 개장 초 사우디와 이란의 외교단절 소식에 따른 지정학적 불안정과 달러화의 대 유로화 약세로 상승했다. 사우디에 이어 바레인과 수단 역시 이란과 외교 단절을 선언해 지정학적 불안정성을 증폭했다.

그러나 약세를 보이던 달러화가 유로화에 강세로 돌아서 유가 상승폭이 제한됐다. 이후 공급 과잉 우려가 재부각됐고 중국과 미국 성장률 둔화와 이에 따른 주요국 증시 약세로 유가가 반락했다.

중국과 미국 경제지표 부진 등으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한때 450포인트나 급락해 새해 첫 거래일 기준으로 84년 만에 최대 하락률을 보였다.

데이터 제공업체 젠스케이프는 이날 작년 12월29일로 끝난 주간에 현물 인도지점인 오클라호마 커싱지역의 원유재고가 증가세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작년 12월25일로 끝난 주간에 커싱 지역의 원유재고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커싱지역의 원유 재고 수준이 보유 규모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를 증폭했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사우디와 이란의 지정학적 불안정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를 어렵게 해 전세계 공급 과잉 우려를 증폭할 가능성을 키운다고 말했다.

이들은 OPEC의 감산 가능성이 없다면 유가가 하락세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면서 유가가 상승할 때마다 단기 이익실현성 매물이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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