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유럽은 하나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은 하나를 향한 길을 걸어왔다. 전쟁의 참화에서 부활하고 미국과 소련의 양강 체제에서 유럽이 살아남는 길은 통합뿐이었다. 그 결과물이 유럽연합(EU)이다.

하나의 유럽은 위로부터의 통합이다. 국제조정자 장 모네와 프랑스 외무장관 로베르 쉬망이 설계한 통합의 이념은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 독일의 헬무트 콜 총리,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의 지도자들을 통해 계승됐다. 정치지도자들이 민중을 이끄는 형태의 통합이었고 선진국이 후진국을 아우르는 방식의 통합이다.

위로부터의 통합은 아래로부터의 반란을 맞았다. 프랑스 대통령 선거와 그리스 총선의 키워드는 정권심판이다. 성장보다 긴축을 우선한 집권세력을 유권자들이 표로 심판한 것이다. 프랑스 국민은 니콜라 사르코지 정권의 EU 노선에 반대했다. 후진국인 그리스는 선진국 주도의 정책노선을 반대했다.

그러나 유럽은 하나라는 명제는 바뀌지 않는다. 프랑스가 현 정권을 심판했어도 EU의 근본적인 통합 노선을 반대하진 않는다. EU의 양대산맥인 독일과 프랑스는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며 양보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다.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을 탈퇴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그리스와 유로존의 대립은 부딪치지 않는 치킨게임(양쪽이 서로 양보 없이 파국으로 치닫는 극단적인 게임)에 불과하다. 최근 불거진 그리스 탈퇴론은 서로를 압박하며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는 전략일 뿐이다. 둘 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진 않을 것이다.

유로존은 그리스를 쫓아내면 하나의 유럽이라는 명분을 잃는다. 그리스는 유로존의 울타리를 벗어나면 극심한 경제적 고통을 겪게 된다. 드라크마화를 사용하는 즉시 하이퍼인플레이션과 통화절하를 경험할 것이다.

그럼에도,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은 당분간 계속될지 모른다. 그리스 2차 총선이 예정된 6월 17일까지는 불확실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유로존이 무너지는 상황이 오진 않을 것이다. 그리스 총선을 유로존 잔류 국민투표 성격으로 몰고 간다면 시장에 우호적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극단적 전망에 흥분하지 말고 냉정한 시선으로 그리스 뉴스를 분석해야 할 때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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