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병신년(丙申年) 새해의 우리경제 키워드는 '절벽'이 될 것 같다. 인구절벽이 시작되고, 소비절벽이 가시화되고, 수출절벽이 가중된다는 아우성이 한 해를 관통할 것으로 점쳐져서다. 역동성의 바로미터인 국고채수익률은 우리경제가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점을 어김없이 보여준다.

국고채 10년물은 지난주 장중 한 때 연 1,966%까지 기록하는 등 2% 선을 하향 돌파했다. 지난 주말 10년물은 절대 수준에 대한 부담 등으로 연 2.057%까지 올랐지만20년물 2.164%, 30년물 2.210% 등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기축통화국가인 미국의 국채 10년물이 지난주말 기준으로 2.116% 수준이다. 명목 및 실질이자율과 인플레이션의 관계를 나타내는 피셔방정식 기준으로 보면 우리의 장기 성장 전망이 미국보다 못하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우리와 미국의 금리 역전이 통화정책의 대분화(Great divergence)에 따른 결과로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고 진단한다. 미국이 연방기금금리를 올릴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가 선반영된 결과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우리의 국채 20년물과 30년물 등 초장기 국채 수익률이 너무 가파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은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낮은 국고채 금리 수준은 20년이나 30년 뒤에도 우리나라의 성장 전망이 밝지 못하다는 예상을 선반영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 가시화된 인구절벽

우리의 출산율은 1.21명 수준으로 홍콩(1.20명), 마카오(1.19명) 등을 제외하면 전세계에서 가장 낮다. 출산율 1.21명은 사망률을 감안할 때 인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1.7명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낮다.

더 심각한 점은 경제활동 인구가 본격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기준에따라 다르지만 예전 일부 통계는올해부터 생산가능 인구가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정년 연장 등으로 생산가능 인구가 3천695만명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추산되지만 불과 4년 뒤인 2020년부터 급전직하하면서 인구절벽이 가시화될 것으로 진단됐다. 이후부터는 한번도 반등하지 못하고 생산가능인구가 40여년에 걸쳐 40%나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일할 사람이 없으니 20년이나 30년 뒤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채권전문가들의 전망이 합리적인 셈이다.



◇미리 당겨 쓴 소비…올해는 쓸 여력 없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등을 통해 반짝 회복세를 보인 소비도 가파르게 줄어들 전망이다.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늘지 않았으니 소비가 늘어나길 기대하기 어렵다. 가계부채만 1천200조원에 육박하면서 가계의 소비 성향도 뚜렷한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순소비지출 비율을 의미하는 가구당 평균소비성향은 2014년 72.9로 11년만에 최저치다. 지난해 3분기 평균 소비성향은 71.5%로 사상 최저치를 다시 경신했다.

2004년 77.8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던 평균소비성향은 글로벌금융 위기 직후인 2010년에도 77.3 수준이었다. 가계부채 등이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내리막길로 들어서 최근 70대 초반 수준으로 급락했다.

예전에는 버는 돈의 80% 가까이를 소비한 반면 이제 70%만 소비하고 나머지 30%는 저축이나 부채 상환 등에 쓴다는 의미다. 소비성향 등을 감안하면 내수 중심의 경기 회복에 주력하는 정부의 노력이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



◇수출 절벽…기업 실적도 부진

지난해 12월 수출은 무선통신기기를 제외한 대부분 주력 품목이 부진해 전년동기대비 13.8% 줄었다. 반도체 -17.1%, 철강제품 -23.2%, 선박 -35.1% 등 주력 제품군의 수출 감소세가 너무 가파르다.

올해 수출도잔뜩 먹구름만 끼었다. 수출비중이 가장 큰 중국이 연초부터 블랙먼데이 양상을 연출하는 등 주춤거리고 있어서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수출이 더 이상 성장 엔진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로 올해 한국이 2.2%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점친다. 주요 성장동력인 수출이 절벽에서 떨어지듯 급격히 줄고 성장률도 급락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경고다.

수출 감소에 따른 기업 실적 부진으로 고용도 절벽 형태로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 대기업은 대리급 등 하위 직급에 대해서도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올해 우리 경제에 가장 많이 회자될 키워드가 절벽이라는 전망이 적중할 것 같아 걱정이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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