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14일 오전 7시,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최고경영자(CEO)들과 인사를 나눴다. 새해 들어 업계와 마련한 첫 조찬 자리의 주인공은 외국계 자산운용사였다. 이날 금투협 회의실엔 10여 명이 넘는 한국인과 외국인 CEO가 모여 샌드위치 도시락을 먹으며 덕담을 나눴다.

조찬의 시작은 중국 증시에 대한 걱정으로 시작됐다. 황 회장은 연초부터 중국을 따라 예상치 못한 급락세를 나타낸 국내 증시의 올해 방향성과 중국 증시의 흐름을 CEO들에게 물었다.

질문을 받은 한 대표는 중국 증시가 본격적인 자정 노력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뒤늦게 자본시장의 문을 열기 시작한 중국 내 기업들이 가시적인 변화의 시기를 맞이한 만큼, 당분간은 적잖은 변동성이 지속하리란 대답이 이어졌다. 황 회장은 올해 국내 자본시장에 도래할 정책적 변화들이 긍정적인 시장의 흐름과 맞물리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황 회장에게 외국계 자산운용사는 남다르다. 아니, 외국계 자산운용사에 황 회장은 남다른 존재다. 그간 금융투자업계에서 외국계 자산운용사는 사각지대였다. 규제의 그물망이 외국계 자산운용사엔 유달리 촘촘했고, 그 장애물 탓에 한국은 해외 금융회사가 진출하기 어려운 나라가 됐다. 그런 한국에서 펀드 투자자의 마음을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실 자산운용업이 자본시장의 혈맥으로 인지되기 시작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은행권 중심이던 금융정책이 자본시장에 눈을 뜨고, 창조 경제의 답을 자산운용업에서 찾은 것도 불과 몇 년 사이의 일이다. 그러다 보니 국내사도 아닌 외국계 자산운용사에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조차 하지 않았던 게 현실이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은 한두 달 간격으로 황 회장과 모여 안부를 묻는다. 정례화된 조찬일 법하지만, 참석하는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은 황 회장 전과 후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연말 송년회 자리에는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은 이러한 작은 부분에서도 변화를 느끼고 있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대표는 "이제는 금융 당국이나 정책 입안자들이 외국계 금융회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느낌이 든다"며 "최근 1~2년 사이에 달라진 자산운용업 전반의 정책적 변화도 고무적이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내외를 떠나 이제 자산운용업은 글로벌 전체를 잠재적인 시장으로 둬야 한다"며 "한국이 유수의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진출하고 싶어하는 시장으로 변모해야 장기적으로 국내 자산운용업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증권부 정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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