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30달러 근접

10년물 美국채금리 2.00% 회복



(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21일(미국시간)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기존 통화완화 정책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발언으로 국제유가 약세가 진정된 덕분에 상승했다.

미국 국채가격은 유가·증시 강세 여파로 하락했고, 엔화는 안전통화 매수세가 약화돼 달러화와 유로화에 하락했다.

유로화는 '드라기 효과'에 힘입어 엔화에 한때 126.14엔을 기록해 9개월 만에 최저치를, 달러화에도 1.0776달러를 나타내 2주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뉴욕 유가는 드라기 총재의 비둘기파적 발언과 이에 따른 뉴욕증시 상승, 숏커버링 등 상승 재료가 부각돼 한때 배럴당 30달러대로 진입하는 급등세를 보였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18달러(4.2%) 높아진 29.53달러에 마쳤다.

드라기 총재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정례 통화정책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 증시 급락이 경기 하강 위험을 키우고, 물가 변동성을 예상보다 더 약하게 한다"며 "다음 3월 회의 때 통화정책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달 회의 이후 국제 유가 하락을 포함한 주변 여건 변화를 반영할 것이라며 통화정책 목표 안에서 행동에 나서는데 제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ECB는 이날 기준금리인 '레피(Refi)' 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연 0.05%로,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하루 동안 돈을 맡길 때 적용되는 예금금리 역시 마이너스( -) 0.30%로 각각 동결했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혼조를 보였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청구자수가 1만명 늘어난 29만3천명(계절 조정치)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마켓워치 조사치 27만9천명을 상회한 것이며 작년 7월초 이후 최고치를 보인 것이다.

1월 필라델피아지역의 제조업지수는 전월의 마이너스(-) 10.2에서 -3.5로 상승했다. 이는 마켓워치 조사치 -6.0보다 호조를 보인 것이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여전히 공급 과잉 우려가 여전한 국제유가 동향이 시장 방향성을 결정할 것인 가운데 ECB에 이어 미국 연방준비 제도이사회(Fed·연준)가 어떤 입장 변화를 보일지가 이제 시장의 관심사라고 내다봤다.

연준은 지난해말 9년여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올해 4번 더 올리겠다는 입장이지만 이와 달리 시장은 연간 2차례 인상 정도만을 예상하고 있다.

연준은 다음주인 26-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하며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오는 2월10-11일 미국 의회에서 미경제와 통화정책에 대해서 증언한다.

◇ 주식시장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15.94포인트(0.74%) 오른 15,882.68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9.66포인트(0.52%) 높아진 1,868.99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0.37포인트(0.01%) 상승한 4,472.06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상승 출발한 지수는 오후 들어 나스닥이 한때 반락한 여파로 오름폭을 줄이며 마쳤다.

시장은 ECB가 기준금리 동결에 나섰지만 드라기 ECB 총재가 시장 불안심리를 다독이는 발언을 내놓음에 따라 국제유가가 반등하면서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애버딘자산운용의 톰 래스키 투자 매니저는 "ECB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추가로 더 할 것이라는 암시를 줬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오후들어 기술대장주 애플이 반락하고, 비디오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도 4%나 빠지면서 나스닥의 상승 분위기가 급랭했다.

업종별로는 전일과 변동이 없는 유틸리티를 제외하고 전 업종이 강세를 보였다.

이틀간 5% 이상 빠졌던 에너지업종이 3%가 오른데 이어 통신(2.4%), 임의 소비재(1.4%), 소재(1%), 산업(0.6%), 기술(0.3%), 필수 소비재(0.4%) 순으로 상승했다.

경기 민감도가 큰 다우 운송지수도 1% 올랐다.

이날 다우지수 상승을 주도한 종목은 홈디포로 4% 넘게 올랐다. 온화한 겨울 날씨가 집수리 여건을 좋게 한다는 JP모건의 평가가 호재로 작용했다.

에너지업종 셰브론 주가가 2.6% 오른데 이어 웰스파고도 2% 상승했지만 골드만삭스는 1.4% 내리며 2년 반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즈는 회계연도 4분기 순익이 55억1천만달러(주당 1.32달러)를 나타냈다고 발표해 주가가 3% 올랐다. 일년전 같은 기간에는 21억4천만달러(주당 54센트)의 순손실을 보였다.

특별 항목을 제외한 회사의 주당 순익은 89센트였다. 이는 팩트셋 조사치 88센트를 웃돈 것이다.

철도회사인 유니온 퍼시픽은 경기 둔화 우려에 주가가 3.5% 내렸다.

시카고옵션거래소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일종가보다 소폭 낮은 26에서 마쳤다.

◇ 채권시장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만기 국채가격은 전날보다 12/32포인트 낮아졌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3.8bp 높아진 연 2.021%를 기록했다.

3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4.7bp 상승한 2.804%를 나타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전날보다 0.8bp 오른 0.833%를 보였다.

국채가격은 개장초 오름세를 나타냈으나 뉴욕 유가와 뉴욕 증시의 상승세로 반락했다.

한 시장관계자는 "드라기 발언에 따른 독일 국채가격 상승에도 미 국채가격이 반락한 것은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존한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의 최근 Fed의 올해 금리인상 횟수를 최소 1차례에서 최대 4차례까지 폭넓게 전망하고 있다"면서 "이는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이 2% 아래로 하락하면 적극적으로 매수에 가담하기 어려운 여건을 조성한다"고 부연했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이날 위험거래가 증가하는 모습이었으나 전세계 경제 및 금융시장 환경은 여전히 안전자산인 미 국채 선호현상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Fed가 올해 최소한 한차례 이상 금리를 인상할 것이나 낮은 인플레이션과 중국발 성장률 둔화 전망은 국채수익률 상승을 제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장기 국채 매수·단기 국채 매도' 현상 지속에 따른 수익률 곡선 평탄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외환시장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오후 4시(미 동부시간) 현재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17.48엔을 기록해 전날 가격인 116.85엔보다 0.63엔 높아졌다.

유로화는 엔화에 유로당 127.90엔에 움직여 전날 가격인 127.27엔보다 0.63엔 올랐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0887달러에 거래돼 전날 가격인 1.0891달러보다 0.0004달러 낮아졌다.

유로화는 엔화에 한때 126.14엔을 기록해 9개월 만에 최저치를, 달러화에도 1.0776달러를 나타내 2주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드라기 발언 이후 많은 거래자들은 ECB가 3월 회의에서 자산매입 규모 확대 또는 기간 연장보다는 예금금리를 10bp 정도 추가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달러화는 개장 초 뉴욕유가 하락이라는 약세 재료와 뉴욕증시 강세라는 상승 재료가 공방을 벌여 엔화 대비 오름폭이 제한되기도 했다. 그러나 뉴욕증시가 상승폭을 확대한 데다 유가 역시 급반등세를 보여 엔화에 오름폭을 확대했다.

오후 들어 뉴욕증시의 상승폭이 급격히 축소돼 유로화가 달러화에 보합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엔화 역시 달러화와 유로화에 낙폭을 줄였다.

유가가 숏커버 등에 힘입어 상승함에 따라 원자재 관련 통화들이 강세 지지를 받았다.

달러화는 캐나다 달러화에 달러당 1.4277캐나다달러를 기록해 전날 가격인 1.4489캐나다달러보다 0.0212캐나다달러 급락했다.

호주 달러화는 달러화에 호주 달러당 0.7010달러를 보여 전날 가격인 0.6915달러보다 0.0095달러 높아졌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드라기 총재가 이날 경기 부양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유로화 약세를 지지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면서 미국 다국적 기업들의 수출 환경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들은 드라기가 표면적으로는 환율에 무심한 듯한 모습이지만 유로화 약세를 원하고 있다면서 드라기가 미국 다국적 기업들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부연했다.

또 최근의 주간 실업보험청구자수 추세는 미국 기업들과 경제에 대한 우려를 부추긴다고 이들은 풀이했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드라기가 유로화 약세를 견인하려는 숨은 의도를 보인 가운데 시장은 오는 26-27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의 미국과 전세계 경제에 대한 Fed의 평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 원유시장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18달러(4.2%) 높아진 29.53달러에 마쳤다.

유가는 미국의 주간 원유재고 발표를 앞두고 2003년 이후 최저치 행진을 지속한데 따른 매수세로 상승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올해 후반에 유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고 이에 편승한 머니 매니저들의 원유시장 재진입이 본격화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후 유가는 지난주 원유재고가 예상치를 웃도는 증가세를 보여 상승폭을 축소하기도 했다.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원유재고가 400만배럴 늘어난 4억8천650만배럴로 집계돼 80년여만에 최대 수준을 유지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치는 230만배럴 증가였다.

주간 휘발유 재고는 460만배럴 늘어난 반면 정제유 재고는 103만배럴 감소했다. 애널리스트들은 휘발유 재고가 110만배럴 증가했을 것으로, 정제유 재고는 60만배럴 줄었을 것으로 각각 예상했다.

현물 인도지점인 오클라호마 커싱지역의 원유재고는 19만1천배럴 늘어난 6천420만배럴이었다.

정유사들의 주간 설비가동률은 전주의 91.2%에서 90.6%로 하락했다. 애널리스트들은 90.1%로 전망했다.

일부에서는 EIA의 원유재고 증가 규모가 전날 공개된 API보다 적었던 것이 유가 강세를 부추겼다면서 여기에 숏커버링과 단기 급락에 따른 저가 매수세가 겹치면서 유가가 급등세를 보였다고 풀이했다.

또 리비아 북부의 원유설비가 이슬람국가(IS)의 공격을 받았다는 AFP의 보도로 유가가 29달러대로 진입하며 추가 오름세를 보였다. 이는 리비아의 원유 수출이 조만간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 찬물을 끼얹은 것으로 풀이됐다.

유가는 최근 미국의 원유재고가 수십년 만에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는 데다 계속 증가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 속에 전세계 공급 우위 장세 지속 예상으로 하락압력을 받았다.

여기에 세계 2위 경제국 중국의 성장률 둔화 우려에 따른 수요 감소 전망 역시 공급 우위 장세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증폭했다.

한 시장관계자는 "공급이 수요를 앞서는 상황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매수의 세력화를 어렵게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이날의 급등에도 정유사들의 설비가동률이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는 원유 수요 감소로 이어지며 지속적인 재고 증가를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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