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깊은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설 연휴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금융통화위원회가 통화정책적 대응을 고려할 필요가 커져서다. 과도한 가계부채 등 국내 요인만 보면 한은 기준금리 동결의 당위성은 여전하다. 하지만 일본은행(BOJ) 등 글로벌 중앙은행이 극단적인 완화정책을 속속 도입하면서 원칙론을 강조해온 한은의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



◇이주열의 유가 발언을 주목하라

이총재는 이미 지난해 말 국제유가의 급락에 따른 저물가 상황에 유의하고 있다며 기준금리 추가 인하의 퇴로를 열어놓은 바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유가 하락은 예상을 벗어나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에 분명히 내년도 물가에도 하락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12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금통위원도 "국제유가의 하락은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수출 및 수입 규모의 축소 등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측면이 있을 뿐만 아니라 물가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변동 추이>



일부 전문가들은 이총재가 과도하게 낮아진 유가를 기준금리 인하의 빌미로 설명할 수 있는 복선을 깔아놓은 셈이라고 풀이한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전망에서 올해 원유도입단가를 58달러로 설정했지만, 지난달에 수정경제전망치를 발표하면서 44달러로 낮춰잡았다. 국제유가는 한은의 전망과 달리 새해 들어서도 배럴당 30달러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가계부채는 당국의 미시적 대응으로...

금통위는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금융당국의 책임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기준금리 추가 인하의 명분을 찾을 수도 있다.

집단대출 제한 등금융당국의 미시적 대응이 1천2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를 제한하는 데 일부 효과를 보이고 있어서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빠른 속도로 냉각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도 한 풀 꺾일 것으로 점쳐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월 주택거래량은 6만2천365건으로 작년 1월 7만9천320건보다 21.4% 줄었다.

주택거래량은 더 가파른 속도로 줄 수 있다.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이번달부터 적용되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벌써 호가가 내려가는 등 주택가격 조정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가 둔화되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려야 하는 금통위의 부담도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

서울 채권시장은 이총재의 유가와 가계부채 포석을 미리 읽고 국고채 3년물 금리를 기준금리보다 낮은 연 1.475%까지 끌고 내려왔다. 초장기물인 국고채30년물도 연 1.918%를 기록하는 등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도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금통위가 오는 16일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소수의견 등을 통해 추가 인하의 퇴로를 열어 놓을지 지켜볼 때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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