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그동안 잘 대처했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어려워질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다."

달러-원 환율 시장의 최고위 당국자 가운데 한명은 최근 우리나라 경제 전반을 진단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그는하반기부터는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게 아니라 경기를 오히려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뇌까렸다.

그는 선진국들이 앞다퉈 경기부양에 나선 것처럼 우리도 경기부양책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국면에 진입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유로존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우리나라가 IMF 관리체제를 벗어난 과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가 160조원에 이르는 공적자금 조성을 통해 금융기관을 정상화시켰던 것처럼 유로존도 유로본드 조달 등을 통해 금융기관부터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유로존 사태에 대해 훈수성으로 발표한 보고서와 같은 맥락의 해법이다.

그는 최근 달러-원 환율 시장이 그리스의 유로존 퇴출 우려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극도의 혼란을 겪은 데 비해 비교적 평온한 분위기를 이어갔다고 자평했다.

이에 앞서 박재완 장관도 하반기부터 경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장관은 지난 25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6월과 7월에 대외적으로 너무나 많은 일이 있다"면서 "그 결과에 따라 하반기 우리 경제도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 장관은 "유혹이 있겠으나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으로 가는 것은 여전히 위험하다고 본다"면서 섣부른 경기부양론을 경계했다.

하반기부터 어려워질 것이라는 컨센서스는 시장 전문가 사이에도 광범위하게 형성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가 29일 집계해 발표한 4월 광공업생산과 2.4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우리나라 경제의 활력이 급속도로 약화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컨센서스에 따르면 4월 광공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3% 줄어든 것으로 추정돼 석달만에 전년동월대비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수출부진과 조업일수 감소,내수 위축까지 겹치는 등 전형적인 경기둔화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의 이 같은 우려는 2분기 성장률 전망에도 투영됐다. 이날 발표된 2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전분기 대비 0.7%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지난 4월 조사 당시 0.9%보다 0.2%포인트 낮아졌다. 유로존 사태에 따른 타격이 수출 부진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선제적 통화정책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하반기 경기둔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해진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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