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세계적으로 저성장·저금리 체제가 유행하고 있다. 이른바 뉴노멀(New Normal)의 세계화다. 지구상에서 가장 늙은 나라 일본을 비롯해 유럽 대다수 나라가 해당된다. 저소비와 저금리 등 각종 경제적 부작용도 나타난다. 마이너스 금리 역시 뉴노멀의 부산물이다.

뉴노멀의 기저에 흐르는 핵심 변수는 국제유가 폭락이다. 약 2년전(2014년) 100달러를 넘겼던 국제유가는 작년부터 하락세를 거듭하며 30달러 수준까지 내려왔다. 여러 악재가 중첩된 유가는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한다.

뉴노멀 시대를 맞아 유가와 주가는 연동된 변수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유가 하락엔 세계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반영돼 있고, 특히 중국 경제의 성장 부진에 대한 염려가 투영돼 있다. 엑손모빌, 쉐브론 등 뉴욕증시에서 시가총액 비중이 큰 종목들이 저유가 유탄을 맞으며 주가가 폭락해 증시 전체에 부담 요소로 작용한다.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최근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일반적인 시각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으나 이제는 유가와 주가의 상호 연관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CNN머니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유가와 주가의 상관관계가 긴밀해졌다는 통계를 잇달아 보도한다. 2월 한 달간 유가와 뉴욕 주가의 동조화는 96%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각국의 통화정책 변수에도 저유가가 지배적인 영향을 준다. 최근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일본과 유럽중앙은행(ECB), 스위스와 스웨덴 등 비유로존 국가의 공통된 문제는 물가상승률이 낮다는 점이다. 각국 내부의 경제침체라는 사정도 있겠지만, 낮아진 유가가 물가를 오르지 못하게 짓누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가가 현재 수준에 머문다면 마이너스 금리 추가 인하 압박은 지속될 것이다. 통화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는 2년물 국채금리를 보면 벨기에와 덴마크,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일본 등이 현재 마이너스 상태에 빠져 있다. 저유가로 인한 마이너스 금리는 외환, 채권시장에 그대로 투영되므로 결국 유가 하락이 외환, 채권시장에도 간접적 영향을 준다고 해석할 수 있다.

앞으로도 금융시장의 각종 가격변수와 통화정책 변수를 국제유가가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의 대전환이 일어나려면 가장 먼저 유가의 방향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외 전문기관들은 당분간 유가가 25~40달러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본다. 시장의 수급과 국제정치의 역학관계, 산유국들의 엇갈린 이해관계 등을 고려할 때 단시간 내에 의미 있는 반등이 나오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내년에나 조심스럽게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신중론이 현재로선 지배적이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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