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이 진정국면에 들어섰다. 정점대비 20% 이상 빠졌던 중국과 홍콩 증시가 폭락세를 멈추고 반등을 모색하고 있고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증시도 완연한 회복세다. 꺼질 듯하던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최근 지표 개선으로 자신감을 찾아가고 있고, 국제유가 역시 바닥을 찍었다는 평가 속에 상승 행진을 펼친다.

헤지펀드를 비롯한 스마트 머니들은 헐값으로 떨어진 자산을 쓸어 모으며 추세 전환에 대비한다. 해외 금융시장 불안이 진정국면에 들어서자 일본 와타나베 부인들은 다시 엔화를 내다팔고, 해외자산을 사들인다. 국제금융시장이 변곡점을 맞았다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이러한 반전에는 글로벌 정책 당국의 대응이 자리한다. 시장 불안의 뇌관인 중국에선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지급준비율 인하 소식이 나왔다. 오는 15일까지 계속될 양회(兩會·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인대)에서도 추가 부양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라는 고육지책까지 내놓으며 시장 불안을 달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가 과연 효과가 있느냐는 비판론에도 불구, 일본은행은 경제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등 강한 경기부양 의지를 내비친다.

국제유가의 하락이 멈춘 것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회원국의 생산량 조절 합의에 대한 기대가 제기되면서다.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회원국은 오는 20일 모스크바에서 만나 이 문제에 대한 담판을 지을 예정이다. 오랜 기간 제재를 받아 경제적 피해를 본 이란이 순순히 산유량 제한에 응할지가 변수지만, 나머지 나라들은 산유량 제한에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현재 34달러 수준인 유가가 50달러까지 반등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10일 열릴 유럽중앙은행(ECB) 회의는 주목할 만하다. 시장에선 ECB가 현재 -0.30%인 예금 금리를 10bp 더 낮은 -0.40%로 내리는 것은 물론 월간 자산 매입 규모 역시600억유로에서 최대 200억~300억유로 더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인하와 자산매입(양적완화)확대라는 '투트랙 전법'을 공격적으로 펼 것이라는 전망이다.

마리오 드라기 총재의 평소 성향을 봤을 때 이번에도 과단성 있는 조치가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그는 지난 1월 통화정책 회의 때 3월 회의에서 정책을 재검토하겠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말했다. 총재가 직접적으로 부양책을 공식화한 마당에 시장에 효과가 있는 대책이 되려면 기대했던 수준보다 높은 수위의 정책이 요구된다.

시장의 예상보다 금리인하폭을 더 넓힌다거나, 자산 매입 규모를 파격적으로 늘리는 방안이 나온다면 '슈퍼 마리오'라는 별명대로 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시장이 예상했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정책이 나온다면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다. 이 경우 시장에 오히려 실망감은 안기는 것은 물론 이미 추락한 ECB의 신뢰성에 더 손상을 가하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우려된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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