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글로벌 채권시장에 긴장감이 감돈다. 채권가격의 변동성이 극심해지면서다. 일본 채권시장은 지난 8일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10년물 금리가 기준금리와 같은 수준인 -0.01%까지 떨어졌다가 장 마감을 앞두고 급격히 반등했고, 국채선물시장은 매매가 정지되기도 했다. 이튿날에는 10년물 금리가 0.015%까지 오르며 플러스권을 회복했다. 유럽을 대표하는 독일금리 역시 못지않게 변동폭이 커졌다. 지난달 29일 0.10%까지 추락했던 10년물 독일 국채금리는 지난 10일 0.33%까지 오르며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변동성이 커진 것은 중앙은행 정책의 불확실성을 반영해서다. 일본은행(BOJ)의 추가 완화를 기대하며 가파르게 하락하던 일본 시장금리는 추가 완화가 없을 것이라는 통화 당국 수장의 말을 반영해 급격히 튀어 올랐고, 독일의 시장금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부양책을 발표하면서 추가 금리인하는 없다고 선언한 탓에 올랐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이유는 채권시장 구조 자체의 변화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과 일본은 최근 수년간 지속된 양적완화를 통해 마이너스 금리를 운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하는 정책이므로 당국이 시장 플레이어로 직접 참여한다. 시장에 있는 국채를 중앙은행이 쓸어담고, 급기야 일부 기물들은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나니 은행·증권사 등 시장참가자들은 매수할 수 있는 물건이 마땅치 않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니 채권시장의 유동성이 급격히 줄어드는 결과를 낳게 된다. 시장에 있는 국채는 중앙은행의 금고로 들어가고, 매매 유인이 떨어진 거래자들은 시장을 떠난다. 결국 중앙은행이 시장의 가격형성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장 구조에서 가격 변수에 영향을 미칠 이벤트가 발생하면 급격한 쏠림현상이 나타난다. 최근 일본과 독일에서 발생한 국채금리의 급변동은 유동성이 고갈된 시장에서 중앙은행의 정책변수가 갑자기 등장해 발생한 일로 설명할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전에는 거의 없던 일이다. 그러나 지난 2014년 10월 미국에서 발생한 채권발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 순간 폭락)' 사태 이후 채권시장의 변동성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기 시작했으며 현재도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알고리즘 거래가 채권시장에도 많이 보급되면서 순간적인 가격 변동과 이에 따른 시장 혼란을 더 가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 규제가 강화된 것도 은행의 시장조성 역할을 억제해 결과적으로 시장 유동성을 부족하게 만든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미국 국채시장에선 채권 현물을 피하고, 선물을 선호하는 현상이 유행한다고 한다. 은행에 대한 규제 강화로 환매조건부채권(레포) 시장에서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졌고 이 여파로 중개사와 헤지펀드 등이 국채 현물을 거래하는 비용도 덩달아 올라갔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의 구조 변화와 인공지능의 등장, 금융규제의 부작용으로 인한 유동성 감소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롤러코스터 같은 채권시장의 움직임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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