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새해들어 불안감에 빠졌던 국제금융시장이 급속히 안정을 되찾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조절 효과로 보인다. 미국이 금리인상 횟수를 올해 연간 4회에서 2회로 낮춘 데 따른 것이다. 미국 달러가치가 급락하자 주식과 석유 등 위험자산이 랠리를 펼쳤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세계 금융시장의 흐름을 바꾼 것이다.

올 초 세계 금융시장을 흔든 것은 국제유가의 폭락이라는 돌발변수였다. 유가 폭락이 중국의 경기둔화를 반영한 것이라는 우려 속에 글로벌 주식시장이 폭락했고, 환율·채권 등 주요 가격변수들이 동반 요동쳤다.

이런 가운데 연준이 온건한 통화정책 의지를 표명하는 것으로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킬 '게임체인저'가 된 것이다.

새해들어 2개월간 유가가 장을 지배했다면 앞으로 2개월은 달러 약세가 시장을 지배하는 장세가 될 것이라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연준이 일러야 6월께 금리 인상에 돌입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5월 중순까지는 달러 약세를 바탕으로 한 위험자산 랠리가 지속될 여건을 갖춘 셈이다.

실제로 미국 증시의 주요 지수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국제금융시장 불안의 뇌관이었던 중국 주식시장도 최근 바닥을 다지며 상승 모멘텀을 축적하고 있다. 태국, 인도, 대만 등 신흥국 증시에 글로벌 자금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통화가치도 안정세를 타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선진국 증시에 3주 연속 글로벌 자금이 들어왔으며 한국과 대만 등 신흥국 증시로는 4주 연속 외국인 자금이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도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배럴당 40달러를 돌파하며 추가 상승을 예고한다.

제한적이나마 글로벌 정책 공조의 모양새를 갖췄다는 점도 시장에 안도감을 줄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과감한 통화완화 정책으로 경기부양 의지를 보여줬고, 일본은행(BOJ)은 마이너스 금리를 더 내려 경제살리기의 불씨를 댕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엔화가 달러당 110엔대를 위협할 정도로 강세를 보이고 있어 이르면 4월 BOJ의 추가 완화책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정책당국의 공조 움직임은 지난달 열린 상하이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 회의 이후 뚜렷해졌다는 점에서 시장참가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유동성 파티에 묻혀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경계 요소도 분명히 고려해야 한다. 브렉시트와 그렉시트 등 유럽에서 나올 대형 이슈들을 경계해야 한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이슈가 오는 7월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스가 3차 구제금융의 요건인 재정개혁 목표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6월 23일 예정된 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 국민투표 역시 주시해야 한다. 브렉시트 찬반에 대한 영국 국민들의 의견이 여전히 팽팽해서다. 이런 우려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경우 시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있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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