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금신전선 상유십이(今臣戰船 尙有十二). "저에게는아직도 12척의 배가 있습니다"는 의미로 영화 '명량'으로 우리에게 다시 알려진 이순신 장군의 어록이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에서 고작 12척의 배로 왜군선 300척을 상대로 대승을 거뒀던 역사적 사실에서 비롯됐다.

가계부채 1천200조원,청년실업률 12.5%,수출 14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 고령화 저출산에 따른 경제활동인구 감소 등 암울한 전망 일색인 우리경제에 남은 12척의 배는 무엇일까.



◇OECD 국가중 유일한 재정흑자 국가

우리는 곳간인 재정이 아직 튼실하다.다른 나라가 모두 부러워할 정도다.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이 우리 재정이 엄청 취약한 것처럼 홍보하고 있지만 엄살이다. 실상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국가 34개국 가운데 우리가 사실상 유일한 재정 흑자국가다.

지난해 1∼11월 총수입은 343조3천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6조5천억원, 총지출은 339조2천억원으로 25조7천억원 증가해 통합재정수지로는 4조1천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정부가 지출한 돈보다 거둬들인 돈이 더 많았다.

정부는같은 기간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가 30조1천억원 적자를 나타냈다는 점 등을 들어 우리의 재정건전성도 결코 방심할 수준이 아니라고 한다.

정부가 좋아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로 따지면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연기금 부문에서 유출초를 보이는 일부 선진국은 관리재정 수준 기준으로 따지면 오히려 재정이 더 건전해 보이는 착시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국가간 재정의 건전성을 따질 때는 통합재정 수지로 보는 게 상식이다.

정부부채도 과거 정부에 비해 빠른 속도로 늘고 있지만 아직은 양호한 수준이다. 국민총생산(GDP) 대비 우리의 정부부채 비율은 35% 수준으로 OECD 평균 82%에 한참 못미친다.

OECD는 지난해 더 이상 재정 건전성을 추구할 필요가 없는 나라로 한국을 지목하는 리포트까지발간했다. 재정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OECD의 권고다. 우리가 재정적 여유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며 국제기구까지 걱정해 줄 정도인 것이다.



◇공공부문 일자리 적고 조세부담률 OECD 최하위

노동력에서 공공부문의 고용비중은 5.6%로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라는 점도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워낙 고용비중이 작은 탓에 앞으로 늘릴수 있는 여지가 있어서다. OECD 평균은 15% 수준이다.





<전체 일자리에서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하위 수준인 한국과 일본>

조세부담률도 최하위 수준이다.

최근 OECD가 발표한 세수 통계서(Revenue Statistics)에 따르면 2014년 회원국 전체의 평균 조세부담률은 34.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리는 24.6%로 최하위 수준이다. 우리보다 조세부담률이 낮은 나라는 19.5%에 그친 멕시코와 19.8%를 기록한 칠레 뿐이다.

GDP대비 총세수(Total tax revenues)의 비율에는 세금, 국민연금·의료보험료·산재보험료 등 사회보장금액(Social Security)이 포함돼 국민부담률이라고도 불린다.

필요에 따라서는 증세 등을 통해 재정을 보강할 여력과 책임이 현세대에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경제지표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흉내는 그만

공공부문 투자를 소홀할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일본과 북구 유럽국가의 사례를 비교해보자.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극복하기 위해 260조엔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돈을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 등에 퍼붓고도 경기를 되돌리지 못했다. 일본도 공공부문 고용 비중이 6% 수준으로 OECD 평균에 한참 못미친다. 일본은 SOC 건설에 치중한 탓에 적정한 유효수요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공공부문의 고용이 임금노동자를 늘려 경기진폭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는 유효수요로 작동한다는 점을 간과한 결과다.

공공부문 고용 비중이 30%에 육박하는 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 등 북유럽국가는 안정적인 경제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공공부문의 노동력 대부분이 임금노동자여서 유효수요의 저수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조선,철강 등 우리의 주력기업들이 줄줄이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의 보급으로 민간부문의 일자리는 앞으로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 것이다. 이제 우리 경제에 남은 12척의 배 가운데 어떤 게 있는 지 살펴보고 활용하는 지혜를 모을 때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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