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유경 기자 = 현대ㆍ기아차의 '제값 받기' 전략이 결실을 거두고 있다.

인센티브를 업계 최소 수준으로 유지하면서도 신차출시 효과와 제품믹스 개선 덕분에 평균판매단가(ASP)가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BMW를 바짝 따라잡는 수준에 이르렀고 재무개선은 '덤'으로 챙기고 있다.

◇'제값 받기' 뚝심 인정받았다 = 현대ㆍ기아차는 지난 2010년 하반기부터 해외시장에서 '싸구려' 이미지를 완전히 벗고 질적 성장을 목표로 제값 받기 전략을 본격 추진했다.

이는 이른바 '도요타 사태'로 양적 성장의 한계를 인식한 데 따른 경영 진단이었다. 또, 그만큼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깔렸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기도 했다.

미국 내 차량 가격조사업체인 오토옵저버에 따르면 작년 11월 현대차가 미국에서 고객에게 제공한 평균 인센티브 금액은 651달러로 스바루(401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기아차의 인센티브도 1천54달러로 폭스바겐(962달러)에 이어 네 번째로 낮았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작년 11월 인센티브는 지난 2010년 11월보다 각각 57%, 41% 낮은 수준이다. 1년 사이에 인센티브를 절반가량 줄인 셈이다.

여기에 신차 출시가 줄줄이 이어지고, 중ㆍ대형차 모델을 제품 구성 포트폴리오에 출시하면서 ASP가 계속 올랐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올해 1분기 내수 ASP는 각각 2천492만원, 1천875만원이었다. 현대차는 전년동기보다 1.1% 늘고, 기아차는 0.13% 줄어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해외 시장의 ASP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현대차와 기아차의 수출 ASP는 각각 1만5천537달러, 1만2천326달러였다. 전년동기보다 각각 4.6%, 16.4% 늘어난 수치다.

특히 '제값 받은' 중대형차의 판매 호조가 영향을 크게 미쳤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그랜저는 1만1천33대, 에쿠스는 2천268대씩 팔렸다. 각각 전년동기보다 무려 414.36%, 114.98% 증가한 수치다.

기아차도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K5를 전년동기보다 21.62% 늘어난 3만3천160대를 팔았다. 지난 5월 출시한 고급 세단 K9이 순조로운 판매 실적을 보여 국내외 ASP가 더 상승할 전망이다.

K9 출시 전 오피러스의 판매량이 많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K9은 기아차 수익성을 큰 폭으로 높일 것으로 분석된다.

◇수익성 '최고' 근접..현금 쌓여간다 = 지난 1분기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11.3%를 기록하며 업계 최고인 BMW(11.7%) 다음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기아차(9.5%)도 다임러(7.9%), 폭스바겐(6.8%) 등 상위권 업체들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혼다(4.7%), 닛산(4.4%), 토요타(4.2%) 등이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전략으로 낮은 영업이익률을 보인 것과는 대조된다.

현대ㆍ기아차는 높아진 영업이익률 덕분에 영업현금창출력(EBIDTDA)이 크게 늘어 미래 투자를 위한 '실탄 확보'까지 착실히 해나가고 있다.

연합인포맥스 재무제표 분석(화면 8109)에 따르면 별도기준으로 현대차의 연간 에비타는 지난 2008년 3조2천214억원, 2009년 3조6천494억원, 2010년 3조4천3억원(이상 GAAP), 2011년 6조2천424억원(IFRS)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기아차도 지난 2008년 1조237억원, 2009년 1조8천279억원, 2010년 1조7천729억원(이상 GAAP), 2011년 2조5천978억원(IFRS)으로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연결기준으로 봐도 지난 2007년 8천69억원, 2008년 1조427억원, 2009년 2조1천577억원, 2010년 2조3천699억원(이상 GAAP), 2011년 4조4천899억원(IFRS)으로 빠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2007년과 2008년 해외 법인 적자에 따른 재무안정성 저하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이에 반해 순차입금은 크게 줄었다.

별도기준으로 현대차의 순차입금은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마이너스(-) 6조2천373억원에 달한다. 총차입금보다 현금성 자산이 크다는 의미다.

한때 빚에 시달렸던 기아차도 순차입금을 급격하게 줄이고 있다.

별도기준으로 기아차의 순차입금은 작년 1분기 말 1조924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1천935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연결기준으로도 작년 1분기 말 2조2천441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6천447억원으로 급감했다.

다만, 경쟁사들보다 '현금'은 아직 부족하다.

작년 말 연결기준으로 현대차와 기아차의 현금성 자산(현금 및 단기유가증권)은 각각 15조4천561억원, 3조9천346억원이다.

연합인포맥스의 해외 주요 개별기업 재무제표(8573)에 따르면 작년 말 토요타의 현금성 자산은 44조1천201억원이다. 포드가 41조4천438억원, 폭스바겐은 36조7천473억원, GM이 36조9천96억원, 혼다가 17조1천971억원, 다임러가 14조4천억원, 닛산이 11조6천728억원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현금성 자산을 합쳐도 혼다보다 낮은 수준이다.

크레디트 시장의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까지도 좋은 실적을 이어갈 것"이라며 "앞으로도 ASP 상승 여력이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현대ㆍ기아차가 현금성 자산을 더 늘려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yk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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