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등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중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강등하면서 세계 경제에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S&P는 중국 정부와 기업의 부채비율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했고 무디스는 지방정부의 우발채무가 크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앞으로 1~2년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가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칼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중국의 빚

중국은 그동안 사실상 생명줄이 끊어진 좀비 기업을 퇴출하지 않고 정부가 부실을 막아주는 과정에서 정부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좀비 기업의 퇴출이 늦어지면서 금융권 역시 좀비화될 조짐을 보인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러한 빚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중국 정부가 갖추지 못했다는 신용평가사의 지적은 그래서 뼈아프다.

중국 재계에 퍼져 있는 빚에 대한 관대함은 부채의 심각성을 더 자극한다. 중국의 한 기업은 최근 세계 최대의 해외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켜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세상을 더 놀라게 한 건 53조원 가치의 그 회사(스위스기업 신젠타)를 인수하면서 인수자금의 70% 가량인 34조원을 대출로 충당하겠다고 한 점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의 3월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중국의 기업부채 총액은 17조4천420억달러로 전체 신흥국 기업부채 24조3천800억 달러의 71%를 차지했다. 중국의 해외기업 사냥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으며 그 자금 역시 상당부분 부채로 충당된다고 한다. 딜로직에 따르면 올들어 3월까지 중국의 해외 M&A 규모는 1천20억달러로 작년 전체 금액(1천60억달러)에 이미 육박했다.



◇달러빚 시달리는 신흥국, 연준 금리인상에 촉각

신흥국들의 빚도 도마위에 오른다. 브라질과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다. 이들 신흥국은 나라 밖에서 달러 빚을 끌어들여 문제시되고 있다. 세계 시장 환경이 변하면 언제든지 상환압박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흥국의 부채 문제는 기본적으로 지난 10년간 계속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래와 값싼 유동성 투입을 통한 해결이 반복, 누적되면서 나타난 결과다. 미국이 경제 위기에 빠졌을 때 연방준비제도(Fed)는 세 번에 걸친 양적완화를 통해 값싼 달러자금을 풀었고, 이 때 신흥국들은 달러 빚을 끌어들여 돈가뭄을 해소했다.

중국 역시 미국과 유럽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자체적으로 대규모 유동성을 투입해 경기 부양에 나섰다. 그 결과 사라져야 할 회사들이 빚을 지렛대 삼아 살아났고, 정부와 기업이 모두 빚에 의존해 살아가는 빚경제 생태계를 만들게 됐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계속 미뤄지고 있으나 6월부터는 최소 연내 두차례의 금리인상이 예상되고 있어 달러빚을 진 나라들의 긴장도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는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1997년 아시아에서 발생했던 외환위기가 1~2년 내 신흥국 어디에선가 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 중국의 국가신용등급 문제가 그 신호탄이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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