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샐러리맨의 롤 모델인 박현주 미래에셋 증권 회장이 대우증권 인수를 통해 새로운 신화를 예고하고 있다. 평사원으로 출발한 그가 자기자본 5조8천억원에 이르는 국내 최대 증권사를 일궈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박회장이 성공 신화를 계속 써 나가기 위해서는 극복해야할 과제도 만만찮다고 지적한다.



◇자산운용업 성공이 증권업 성공 보장못해

가장 먼저 극복해야할 도전 과제는 자산운용업에서 성공했던 기억이다. 자본금 6조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증권업의 성공에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산운용업은 확정되지 않은 미래의 성과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성공의 열쇠다. 박회장은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0년대 말 출시된 박현주 1~3호를 시작으로 인디펜더스,디스커버리 등을 통해 이른바 국민펀드 투자시대를 여는 등 국내 자산운용업에서 한 획을 그었다. 미래에셋 자산운용이 사면 오른다는 게 시장의 기준됐던 시절도 있었다. 태양왕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면서 태양광 발전 수혜주 OCI를 매집하고 가격 상승을 주도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좋은 투자 성적이 투자자금을 끌어 모으고 주가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되면서 수익이 좋아지는 선순화 구조 속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반면 증권사가 판매하는 상품은 확정된 쿠폰 수익을 제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대세가 된 주가연계증권(ELS)도 확정된 수익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확정된 쿠폰을 제공하는 증권업은 규모의 경제를 살리기 쉬운 업종이 아니다. 합병된 대우증권이 제공하는 쿠폰이나 강소형 증권사의 쿠폰 수익률이 차별화될 여지가 많지 않다는 의미다.



◇ 차입인수(LBO) 방식 시비도 부담요인

대우증권의 소액주주들이 차입인수(LBO)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부분도 박회장이 넘어야한다. 박회장이 인수 전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자금을 빌리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합병 후 대우증권의 돈으로 차입금을 갚게 된다는 점이다. 대우증권 노조도 대우증권 돈으로 차입금을 갚는 구조의 인수 합병은 부당하다며 소액주주 편을 들고 나섰다.

박회장은 대우증권 지분 43%를 2조3천205억원의 가격에 미래에셋증권이 인수하는 조건으로 일부 차입금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인수자금 2조3천205억원 가운데 9천560억원은 유상증자로 이미 조성했다. 자기보유 현금 등을 동원하면 8천억원 가량의 차입금을 조달해 대우증권을 인수한다는 게 박회장의 복안이다.

합병시 존속법인이 대우증권이 되면 LBO 논란은 더 거세질 수 있다.



◇여전법은 미래에셋 그룹의 지배구조 아킬레스 건

미래에셋증권의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캐피탈에 적용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도 박회장의 묘수 풀이를 기다린다. 작년 9월말 기준 자기자본 5천900억원이던 미래에셋캐피탈은 작년말 미래에셋증권 유상증자에 3천300억원을 투입하면서 자기자본 대비 계열사 출자총액이 200%까지 치솟았다. 여전법개정안에 따르면 2년이내에 이를 150%로 낮춰야 한다. 박회장은 지분을 매각하는 대신 자기자본을 늘리는 방식으로 여전법 개정에 대응할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그렇게되면 여전법 개정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는 비난을 살 수 있다. 여전법 개정안의 취지는 대주주와의 거래제한을 통해 금융회사의 경영 건전성과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자본 확충이 계열사 지분을 과도하게 보유하는 형태로 진행되면개정안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 당국이 해당 사안에 어떤 스탠스를 보일지도 박회장의 도전과제 가운데 하나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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