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연락처 dollar@kita.net

▲중국의 당나라가 망한 다음, 중국에는 오대십국(五代十國)으로 불리는 나라들이 난립해 있었다. 이 중에서 형남(荊南)이라는 작은 나라에서의 이야기이다. 원래 형남은 당나라 말기, 지방에 파견된 고계흥이라는 절도사가 창건한 작은 규모의 나라였다. 고계흥의 대를 이어 그의 아들 고종회가 왕이 되었는데, 그에게는 보욱이라는 세자가 있었다.

왕은 특히나 아들을 좋아했다. 아버지가 아들을 사랑하는 것이야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지만, 이것은 정도가 남달랐다. 세자가 어릴 때부터 병약하였던지라 그에 대한 왕의 사랑은 단순한 아버지의 사랑을 넘어 지나친 것이었다. 세자도 왕의 총애를 등에 업고 안하무인일 뿐 아니라, 모든 일이 자기 뜻대로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하루는 세자가 가당치 않은 행동을 저질렀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늙은 신하가 세자의 행동을 심하게 꾸짖으며 엄숙하게 타일렀다. 그러나 세자는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싱글거리며 웃었다. 나중에 이런 사실이 백성에게 알려지자 그들은 탄식하며 이렇게 생각하였다고 한다. “모든 것이 끝났구나(萬事休矣).” 아니나 다를까. 세자가 왕위에 오르자 그는 정사는 등한시하고 사치스런 행동과 놀이만을 즐겼고, 오래지 않아 나라는 망하고 말았다.

여기서 만사휴의라는 말이 나왔는데, 앞서 설명하였듯 ‘모든 일이 끝났다’라는 의미이다. 모든 노력이 수포가 되 어찌해볼 수 없는 지경이 되었을 때, 우리는 ‘만사휴의’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참고로 능사필의(能事畢矣)라는 말도 같은 뜻이다. 물론 애써 두 말의 차이점을 굳이 따진다면, 능사필의는 “이제 내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라는 의미이다.

‘만사휴의’는 탄식하며 내뱉는 말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할까? 그것은 시장이 앞날이 답답해 보이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나는 내내 시장에 대하여 부정적인 견해를 주장하였기에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주말에 전해온 뉴욕시장의 상황은 이번 주 주간전망을 답답하게 만든다.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이며, 지수 1,800이 문제가 아니겠다. 그 때문일까? 그나마 그동안 낙관적인 성향을 띠었던 각 증권사의 리포트에서도 이제는 ‘보수적 접근’, ‘조정장세’, ‘단기 트레이딩 위주’ 등의 단어가 나타나고 있으며, 심지어 ‘어두운 터널’, ‘하단밴드’ 등의 다소 과격한(?) 용어도 보인다. 아닌 게 아니라 시장은 점차 하락의 늪으로 더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비록 만사휴의라는 단어를 앞세웠지만, 그렇다고 모든 노력이 수포가 되고 주식시장이 끝나버린 것은 아니다. 물론 당분간은 조정장세의 그늘 속에 있겠으나 그러다 결국은 다시 상승세가 나타날 터. 나는 근본적으로는 낙관론자이다. 시장에 대하여 비관적인 견해를 주장하고 있지만, 원래부터가 비관론자인 것은 결코(!) 아니다. 정확히 말하여 나는 조정론자일 따름이다. 엘리어트 파동이론의 큰 그림으로 본다면 대세는 분명히 상승세이다. 지금은대세의과정에서 나타나는 조정일 뿐.

따라서 현재 전개되고 있는 조정과정이 끝나고 다시 힘찬 상승세가 나타날 때까지 잠시 몸을 낮추고 폭풍을 피하자는 것이 내 주장이다. 그게 막연한 낙관론을 들이대면서 장세와 관련 없이, 아무 때나, 무턱대고, 주식을 사라고 부추기는, 무책임한 매수 일변도 전략보다야 효과적이지 않을까?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지난주 이 칼럼을 기억하는가? 나는 볼린저밴드를 들먹이면서 지수가 아래쪽 밴드 바깥으로 나갔으니 필연적으로 밴드 안으로 들어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고, 그러다가 다시 전저점을 무너뜨리는 하락세가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차트를 잘 살피면, 지난주의 경우, 코스피지수는 약간 반등하려는 시늉은 나타내었지만(그게 밴드 바깥으로 벗어난 이후에 나타나는 복귀 움직임이다), 볼린저밴드의 중간밴드의 저항을 도무지 벗어나지 못하는 양상을 드러내었다. 볼린저밴드의 중간밴드는 통상 20일 이동평균선이 사용된다. 그러기에 코스피지수가 상승하더라도 20일 이동평균선조차 넘어설 힘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반등의 세기가 미약하다는 것을 뜻한다.

반등이 미미하고, 매수세가 강력하지 못한지라 최근의 거래량이나 거래대금 역시 보잘 것 없다. 새로운 매수세가 지속적으로 시장에 유입되어야 주가가 오를 것인데, 요즘은 매수세가 들어오기는 고사하고, 있던 매수세조차 나가는 실정이다. 그게 거래량 감소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이래서는 주가가 오를 수 없다. 20일 이동평균선조차 돌파하지 못하는 지경이니 말이다.

더구나 차트에는 더 나쁜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주 후반에 지수가 주춤거리면서 스토캐스틱을 위시한 대표적인 단기 지표들이 줄줄이 하락, 혹은 매도신호로 돌아서고 말았다. 그러기에 뉴욕시장이 어떻든(설령 뉴욕시장이 지난 주말에 올랐다고 할지라도) 지난 1일 마감기준으로 차트를 살핀다면 이번 주 초반부터 지수는 다시 하락하는 그림이 된다.

지난주 주장을 되풀이한다. 볼린저밴드 이론에 의한다면 일단 단기적으로는 전저점인 1,779를 무너뜨려야 하나의 추세가 완성된다. 또한, 그러면 하락세가 끝난다는 말도 아니다. 엘리어트 파동을 빌어 전부터 주장해왔지만 나는 2011년9월의 저점이었던 1,644가 무너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멀었다.

내 입장에서 입만 열었다 하면 내내 시장에 대하여 비관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으니 참으로 괴롭다. 솔직히 말하여 마음이 편하지 않다. 나라고 “오른다, 신난다. Go!”를 외치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나 상황이 그렇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 생각과 다른 말을 할 수도 없는 노릇. 답답하다.

(달러-원 주간전망)

코스피지수의 최근 추세가 하락세이듯 달러-원의 추세는 상승세일 수밖에 없다. 결론부터 말하여 달러-원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상승목표치는 두 곳이다. 하나는 1,200원이고, 또 하나는 1,210원이다.

1,200원은 알다시피 심리적 저항선으로서의 역할이 기대되기 때문이며, 1,210원은 작년 10월에 일시적으로 기록하였던 고점이기 때문이다. 당시 달러-원은 지금과 비슷한 상황에서 연일 급등하였으나 1,210원을 고비로 하락세로 돌아섰던 터. 그때와 똑같은 일이 벌어질지는 두고 볼 일이로되, 여하간 지금으로서는 “환율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밖에는 할 말이 없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현재 상황에서 달러-원이 하락하기를 예상하기는 어렵다. 해외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엔은 상승추세를 이어가고 있고, 유로/달러는 심지어 1.24마저 무너뜨린 상태. 그 결과 달러 인덱스가 연일 상승세이기 때문이다. 기술적분석과는 다소 다른 이야기이로되 안전자산 선호현상도 역시 달러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그나저나 차트를 한번 보라. 달러 인덱스의 일목균형표는 얇은 구름을 돌파한 이후, 전형적인 폭등세가 나타나고 있다. 원래 일목균형표에서 얇은 구름이 뚫리면 급등이나 급락세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일목균형표 교과서에 실릴법한 모범적인(?) 사례가 바로 최근의 달러 인덱스 차트에서 전개되고 있다. 아무리 달러-원이 특별하다 할지라도 이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 인덱스가 급등하고 있는데, 달러-원이 하락할 수는 없겠다.

달러-원 차트를 보자. 볼린저밴드를 살피면 코스피지수는 그나마 중간밴드(즉 20일 이동평균선)을 넘지 못했지만 살짝 건드려보기나 했다. 하지만 달러-원은 아예 그 근처에도 가지 못하였다. 코스피지수는 20일 이동평균선을 집적거리기라도 했으나 달러-원은 말도 붙여보지 못했다. 지난주에 환율은 약간의 조정을 나타내는 척하였는데, 그래 보았자 아래로 1,175원 정도로 살짝 밀렸을 뿐. 월말을 맞은 수출업체의 네고 물량도 강력하지 않았다.

밀리지 않으면 다시 오를 수밖에 없다. 물론 1,200원이라는 장벽에 심리적으로 부담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이래저래 추세는 상승세인바, ‘롱’ 전략일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니 결국 지난주의 주장과 똑같아져 버렸다. 아니, 지난주만이 아니다. 요즘 나는 내내 ‘롱’을 주장하고 있다. 최근 같은 장세에서는 차라리 그게 속 편하다. 그렇지 않은가?)

(서울=연합인포맥스)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