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우리나라 제조업의 심장인 울산과 거제에 비상이 걸렸다. 주력인 조선업이 생사의 기로에 서 있어서다. 조선업의 메카인 두 지역은 1인당 GRDP(Gross regional domestic product. 지역내총생산)가 4만달러 수준에 이를 정도로 부자 동네였다.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불경기를 몰랐었다. 국내 제조업의 성지인 울산과 거제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영국의 몰락한 공업도시 글래스고 신세가 되고 있는걸까.



◇셰일가스 탓

울산과 거제로 대표되는 한국 제조업은 미국이 주도한 셰일가스 혁명에 따른 나비효과 탓에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과학이론이 나비효과다. 셰일가스 혁명에 따라 미국의 원유 도입량이 급감했고 물동량 감소로 이어졌다. 글로벌 물동량 감소는 선박 운임 하락으로 이어졌고 해운업이 생존의 위협을 받을 정도로 어려워졌다. 미국이 자원 수입국에서 이제 원유 수출을 검토할 정도의 자원 부국이 되면서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이 변한 결과다.

셰일가스가 낳은 저유가는 산유국 재정난으로 이어졌고 수출 중심의 중국 경제 위축으로까지 이어진다. 석유수출기구(OPEC)와 브라질,러시아 등 산유국이 전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 안팎으로 추정된다.

셰일가스가 본격 개발된 2011년 이후 중국의 수출은 지난해 기준으로 25.4%나 줄었다. 수입도 14.2% 줄어드는 등 물동량이 큰 폭으로 줄고 있다. 전 세계 교역량 증가세도 가파른 속도로 꺾이면서 전세계 해운업과 조선업에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울산 거제 되살아날 수 있을까

셰일가스가 촉발한 저유가가 글로벌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산업계 전반의 패러다임도 변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 노릇을 하고 미국이 소비시장이 됐던 2000년대 초반의 패러다임은 이제 옛말이 되고 있다. 미국이 석유화학 산업에도 본격 진출하는 등 제조업 강국으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2018년부터 석유화학 산업에서도 강점을 가지면서 수입대체 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이 비닐로 된 라면 봉지도 생산하는 시대가 곧 열린다는 의미다.

저유가는 미국의 경우 제조업 부흥의 재료가 되지만 자원 부국에 대해서는 구매력 감소 요인으로 작용한다. 자원부국 등의 구매력 감소는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수출 감소로 이어지고 다시 수입감소를 부르는 악순환을 고착화한다.

중국과 미국 중심의 교역으로 물동량이 넘쳐나던 대항해시대는 이제 저물고 있다. 조선,해운,석유화학,철강,건설 등은 저유가가 장기화되면서 상당기간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해당 산업군은 100년만에 등장한 에너지의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해야 할 숙제를 떠안았다. 울산과 거제의 어려움이 우리나라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의미다. 10년 주기의 경제위기설이 현실화될까 벌써부터 두렵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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