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의 고용 쇼크로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5월 취업자 증가 수는 예상치의 반 토막에 못 미쳤다. 1년 만에 가장 낮은 실망스런 수준이었다. 같은 달 실업률은 8.2%로 전월보다 0.1%포인트 올라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조금씩 살아날 것 같던 미국의 고용시장이 이처럼 구조적 악순환에 봉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유럽 재정위기가 대서양 건너 미국의 실물경제에 전염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보다 근본 원인은 전 세계의 자본(Capital)이 여전히 미국으로 몰려가는 점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에 대한 투자가 폭주하면서 지난주에 10년 물 미국채 수익률은 연 1.5%까지 밀려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유로 위기에 이어 중국과 인도, 브라질까지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세상에 믿을 수 있는 돈(Currency)이 사라지자, 최선(最善)이 아닌 차선(次善)의 선택,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국채에 대한 '묻지마' 수요로 나타난 것이다.

전 세계 자본이 미국채로 몰리면서 달러가치는 강세를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아뿔사. '스트롱 달러'는 미국 제조업의 해외 수출 경쟁력에 치명타 역할을 한다. 예컨대 구제금융을 받은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이 회생 기미를 보이다가 이내 비실비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번 꺾인 미국 제조업의 해외 경쟁력이 살아나지 못하는 것은 환율 효과가 가장 큰 이유다.

미국 경제는 돈이 몰려들어 결과적으로 제조업이 타격을 받는, '구조적 덫'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전망이다.

오바마 정부가 제조업의 대안으로 고용문제 해결을 위해 재생에너지 등 신성장 산업 쪽으로 돌파구를 모색해보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는 일자리 감소와 무역적자로 연결되고, 결국은 정부지출이 늘어나면서 재정 적자도 더 늘어난다.

추가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도 예전 같지 않다. 과거 같으면 기대감만으로 주가를 자극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오죽했으면 또 추가부양 타령인가'라며 실망감이 더 깊어지는 쪽으로 효과가 반감됐다.

7일 예정된 미 의회 상·하원 합동 경제위원회에서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의장이 어떤 정책 견해를 밝히더라도, 주가를 돌려세우고 미국으로의 자본 유입을 멈추게 할 모멘텀이 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연유다. 미국의 3차 양적 완화(QE3)가 나온다는 건 오히려 사태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 깊고 절박한지를 반증해줄 뿐이다.

97년 아시아 금융위기가 부분의 위기(partial crisis)였지만, 현재는 미국과 유럽이 포함된 전체의 위기(total crisis)다. 간단한 처방으로 회생이 힘들 것 같은 상황이라 한국경제 호(號)의 항해에 시커먼 먹구름이 끼고 있다.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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