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거의 동시에 교보생명 지분 매각을 추진한 대우인터내셔널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늦추고 있다.

대우인터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해야 하는 캠코와 달리 가격 경쟁을 유도하는 '프로그레시브 딜(progressive Deal.경매호가식 입찰)'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캠코보다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내야겠다는 게 대우인터 측의 의도다. 캠코 보유지분 9.93%보다 많은 24%를 매각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매각소위원회는 이날 오전 회의를 열고 교보생명 지분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캐나다 온타리오교직원연금을 선정했다.

공자위는 오는 8일 본회의를 열고 우선협상대상자를 공식적으로 정할 예정이다.

캠코 보유지분 매각 본입찰에는 온타리오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 컨소시엄이 참여했다. 가격은 엇비슷한 주당 24만원 내외인 것으로 보인다.

대우인터 보유지분에 대해서는 AEP 컨소시엄과 칼라일 컨소시엄, 온타리오가 참여했다. AEP과 온타리오는 대우인터 보유지분 인수에도 비슷한 가격을 제시했다.

그러나 대우인터는 적어도 주당 26만원 이상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이 훨씬 많은데다 캠코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받겠다는 계산이다.

아랍에미리트(UAE)의 국부펀드인 무바달라인 베스트먼트와 손잡은 칼라일은 현저히 낮은 가격을 써냈다. 따라서 AEP와 온타리오가 주요 협상대상자다. AEP는 IMM PE를 비롯해 싱가포르투자청(GIC), 베어링 등과 손잡았다.

보험업법상 외국자본이 국내 보험사 지분을 10% 이상 인수하려면 금융 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AEP가 유력한 것으로 점쳐지기도 한다. 그러나 온타리오 측은 당국의 승인을 자신하며 대우인터 지분 인수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IB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교보생명 지분 인수후보들이 엇비슷한 가격을 제출한 점을 의심하고 있다. 교보생명이 인수후보들과 어떤 이면 협상을 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지난 4월 개정상법 시행으로 비상장사도 자사주를 취득할 수 있는 만큼 특정 가격 정도에 추후 매입을 약속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만약 이러한 의심이 사실이라면 대우인터와 인수후보 간 협상은 쉽지 않을 수 있다.

현재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보유 지분 33.78%와 신인재 외 2명(6.65%)과 우리사주(1.02%)를 포함해 약 40% 정도를 확보해두고 있다. 코세어(CORSAIR KOREA INVESTORS LLC)(9.79%)와 핀벤처스(Finventures KBL)(5.33%) 등 우호지분까지 포함하면 50%를 넘는다는 게 신 회장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우호지분을 포함해 재무적 투자자의 지분이 50%를 넘길 가능성이 큰 만큼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인수후보를 달래야 한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교보생명의 IPO를 가장 유력한 '당근'으로 봤다.

IB 업계 관계자는 "인수 후보들이 엇비슷한 가격을 제시한 것과 관련 여러 가지 얘기가 있다"며 "IPO 내지는 자사주 매입 같은 약속을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가격을 더 받으려는 대우인터와 인수후보 간 협상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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