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명현 세종 변호사

(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론스타의 스타타워 매각, 오리온그룹의 온미디어 매각, 코리아세븐의 바이더웨이 인수, 유진그룹의 하이마트 인수, 한화케미칼의 나스닥 상장사 솔라펀파워홀딩스 인수, 롯데그룹의 홍콩 상장사 타임스 인수.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이른바 '빅딜'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딜 메이커로 같은 사람이 관여했다는 점이다. 주인공은 류명현 법무법인 세종 선임 외국변호사다.

세계적인 로펌 평가기관인 체임버스도 이 같은 '빅딜'을 수행한 류명현 변호사를 '주목할 만한 인재'로 지목하면서 "미국과 한국법에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크로스보더 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리그테이블에서 실적의 절반 이상이 해외거래인 크로스보더-딜로 채워지는 상황에서 딜과 관련해 류 변호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유명한 '일벌레'…명쾌함도 강점 = 7일 중구 스테이트남산타워 세종 집무실에서 만난 류명현 변호사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매각자와 원매자가 모두 '윈-윈'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승자와 패자가 가려지는 일반적인 소송과 인수·합병(M&A)은 다르다는 의미다.

류 변호사의 강점 가운데 하나는 '성실함'이다.

세종에서 그의 동료였던 이성훈 KL파트너스 변호사는 "류 변호사는 개인 일정에 구애되지 않고 오로지 고객을 위했던 변호사라 특히 기억에 남는다"면서 "동료로서 가장 신뢰했던 변호사"라고 평가했다.

이 변호사는 류 변호사의 성실함이 가장 잘 나타난 사례가 홈플러스 딜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3분기 세종은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ffinity Equity Partners)와 KKR의 법률자문을 맡아 홈플러스 인수전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7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 메가-딜이었다.

여름부터 본격화한 인수전은 8월 말로 접어들자 류 변호사의 수면시간을 3~4시간으로 줄였다. 류 변호사는 당시를 떠올리며 "딜은 긴박하게 흘러갔고, 짧은 시간 내 성과를 거두고자 정신력 하나로 버텼다"고 말했다.

성실함은 그에게 법률적으로 명쾌하다는 명성을 줬다. 이는 한화그룹의 솔라원 인수에서 드러난다.

본사는 케이만 제도, 생산은 중국, 상장은 미국 나스닥, 판매처는 미국인 솔라원을 인수하는 데 참여한 국내외 로펌만 10곳에 달했다.

류 변호사는 3개월 동안 여러 이해관계자를 조율하는 데 힘을 쏟았고, 한화그룹이 솔라원을 품는 데 일조했다. 쪽잠으로 여러 날을 버틴 류 변호사는 딜이 끝나고서 바로 병원으로 이동해 링거를 맞았다.

◇"크로스보더 딜 수요 충분해…시장, 지속 성장할 것" =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기업의 한국기업의 인수 규모는 67억달러에 달했다. 금융위기 시기인 지난 2007년 이후 두 번째로 크다.

최근 대형 M&A에 참여한 곳도 대부분 해외기업이다. 알리안츠생명, ING생명 등에 인수 또는 인수의사를 보인 곳은 모두 '실탄'을 충분히 보유한 중국계다.

삼성그룹과 SK그룹 등 국내 대기업도 이에 뒤질세라 해외시장에서 여러 매물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계열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크로스-보더 딜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류 변호사는 내다봤다.

그는 "7~8년 전부터 외국으로 나가야겠다는 기업의 의지가 커졌다"며 "업종을 가리지 않고 해외기업을 인수하기 위한 '러시'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국내 기업의 크로스보더-딜 규모는 여전히 주요 국가에 비해 작은 만큼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류 변호사는 CJ그룹을 크로스보더-딜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기업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다.

CJ그룹은 오는 2020년까지 매출액 100조원을 돌파하고자 각 계열사가 크로스-보더 딜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인수한 터키 마르스엔터테인먼트(CJ CGV), 중국 룽칭물류(CJ대한통운)가 대표적이다.

CJ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우리 그룹은 M&A를 통해 일류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 변호사는 특히 식자재·유통 기업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에 진출하려는 수요가 풍부하다고 전했다. 많은 인구을 기반으로 한 성장성 등을 고려할 때 '황금알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좋은 매물에는 굳이 한국기업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기업이 인수하려고 눈독을 들인다"면서 "법률적인 리스크를 발견해, 고객이 올바른 결정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크로스-보더는 관련 경험이 풍부한 로펌과 변호사로부터 자문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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