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국제통화기금(IMF)과 함께 경제·금융 국제기구의 양대 산맥인 세계은행(WB)의 자산운용 책임자에 사상 최초로 한국인이 선정됐다.

추흥식 한국투자공사(KIC) 투자운용본부장(CIO·부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추흥식 신임 세계은행 투자운용국장
 

추 부사장은 한국은행 외화자산 운용 총책임자에서 KIC 투자책임자를 거쳐 오는7월말부터는 WB의 투자운용국장으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

추 부사장 KIC에서 퇴임하는 10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국제기구의 투자책임자에 임명된 첫 번째 한국인인 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소임을 다 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그는 "35년간 외화자산운용 외길을 걸어왔지만, 새롭게 마음가짐을 다지고 있다"며 "최초의 한국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만큼 적어도 국가에 누가 되지 않는, 가능하면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에 한국은행에 입행한 추 부사장은 '외자운용 외길'이라는 자평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경력 대부분을 운용 분야에서 쌓았다. 외화자금국 운용팀장과 투자운용부장, 외자기획부장, 외자운용원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14년부터는 KIC에서 투자업무를 총괄했다.

한은에 재직 중이던 2008년에서 2009년 WB에 파견 나가 신흥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운용 컨설팅을 담당하는 등 WB와의 인연도 있다.

그는 "1980년대 외환보유액이 20억달러 수준일 때 처음 일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보유액이 3천700억달러를 넘는다"며 "투자 대상도 미국 국채뿐이던 데서 회사채와 주식, 이머징 자산 등까지 다변화됐는데, 이런 발전 과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스스로 운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감회를 전했다.

그가 이끌게 될 WB 투자운용국은 국제부흥개발은행(IBRD)과 국제금융공사(IFC) 등 WB그룹 내 각 기구의 자체자금과, 각국 중앙은행, 유엔기구 등이 위탁한 자산1천300억달러 가량의 운용을 담당하는 부서다.

WB내 자산운용을 총괄하는 핵심 보직인 셈이다. 더욱이 WB내 실무진에서 국장급까지 진출한 한국인은 소재향 신탁기금협력국장 등 두 명뿐이다.

추 부사장은 "각국 중앙은행의 위탁자산 등으로 구성된 만큼 WB 자산운용도 안정성과 유동성이 최우선 되는 등 외화자산 운용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한은과 KIC 등에서의 경력이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몸을 낮췄다.

그는 "외자운용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해 준 한은에 무엇보다 감사하다"며 "정부도 WB 안팎에서 적지 않은 도움을 줬다"고 감사를 표했다.

그는 "국제금융 무대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한층 높아진 점도 좋은 기회를 얻게된 이유"라며 "국내 금융시장 발달이 미흡하다는 인식도 많지만, 자산운용분야 특히 한은과 국민연금, KIC 등은 세계의 어느 경쟁 기관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추 부사장은 국내 금융인들이 높아진 우리나라 위상에 대해 자부심을 바탕으로 세계 금융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도전하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는 "KIC의 한 직원도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자산운용부서로 이직했다"며"중동지역 국부펀드 등 세계 각처에서 의외의 기회들이 많은데, 국내 인재들이 더 관심을 가지고 도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금융사를 더 키우는 것도 필요하지만, 인재들이 세계무대로 넓게 진출하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각 개인들도 시야를 넓혀서 적극적으로 기회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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