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그리스와 스페인 등에서 촉발된 유럽발 재정위기가 세계경제를 넘어 한국에도 쓰나미처럼 몰려올 기세다. 일반 경제주체들 사이에서도 위기감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흐름과 맞물려 전현직 금융관료들도 백가쟁명식 경제진단을 쏟아내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유럽 재정위기가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경제적 충격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고, 강만수 산은금융그룹 회장은 "올해 하반기에 경기가 살아날 것이란 전망은 틀렸으며 지속적인 저성장 국면을 이어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위기국면에서는 정책당국의 일관된 메시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009년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경제팀 및 유관기관과 팀워크를 강화해 시장에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다.

물론 경제진단에 대해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놓을 수 있다. 그러나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점에서는 외환정책이나 재정정책 등 거시정책수단을 확보하고 있는 '경제 컨트롤타워'로서의 기획재정부의 역할과 목소리가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박재완 장관은 학자 출신으로서 기존 모피아 출신인 장관들과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기존 모피아 출신의 일사불란함보다 가감 없이 현재 상황을 설명하면서 담담하게 대응방안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박 장관은 7일 비상체제로 진입한 시점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도 "현재 유럽의 정치적, 경제적 여건을 감안할 때 위기해결에는 상당기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한국경제는 위기대응능력이 크게 강화돼 대외충격을 무리 없이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모든 경제주체가 스스로 불안해할 필요 없이 자신 있게 대응하면 충격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커진 대외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그는 "오늘날 불확실성은 가끔 발생하는 '변수'라기보다는 거시환경을 구성하는 '상수'가 된 만큼 안정적으로 경제를 운영하는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대외변수나 대응방안에 손을 놓고 있는 것도 아니다. 박재완 장관은 5월에 이미 "다가오는 6월과 7월에 대외적으로 너무나 많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또 유로존 우려가 커지면서 컨틴전시플랜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면서 필요하면 선제 대응하겠다는 뜻도 누차 강조했다.

박재완 장관 스스로 편지글을 통해서 재정부 직원들에게 당부했던 '편안한 가운데 위험을 잊지 않는다'는 안불망위(安不忘危)의 마음가짐으로 최근 유럽 재정위기에 대응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재정부 내에서도 위기감만을 강조하는 일부 금융관료들의 과도한 비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경기 비관론이 경제주체들에게 위기감을 강화시키고, 실제로 경기둔화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지나친 경기 비관론은 그렇지 않아도 불확실한 국내 경기를 더욱 침체시킬 수 있다"며 "현 상황을 경제학 조류를 바꾼 대공황에 비유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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