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입장이 각기 다른 만큼 올해 화두(話頭)도 제각각이다. 지난해 경영진이 서로 고소ㆍ고발하는 이른바 '신한 사태'로 홍역을 치른 신한금융지주의 한동우 회장은 '융합'을 올해 경영 화두로 제시했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고령층 고객이 많고 비은행 부문은 허약한 체질을 개선하고자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국민주 방식을 선호하는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민영화'를 꼽았다.

등기임원 연령제한에 따라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날이 가까워지는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지속성'을 경영 화두에 올려놓았다.

한동우 회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올해 융ㆍ복합 경영에 박차를 가해 그룹 내부의 역량을 유기적으로 결합하겠다"며 "견고한 조직 역량을 확보하고 이를 잘 활용하는 것 역시 올해 전략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빅3'로 불리는 최고경영층 즉,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 이백순 행장이 서로 고소ㆍ고발하며 일어난 내분을 정리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신한금융은 빅3가 사태 이후 모두 물러나고 한동우 회장이 취임하며 안정을 찾는 듯했지만 '그림자 경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단행된 인사에서 라응찬 전 회장의 측근들이 핵심 보직을 맡고 신상훈 전 사장계 인사들은 몰락했다는 진단이 나오면서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융합과 함께 '따뜻한 금융'을 올해의 경영 화두로 뽑으며 신한 사태 이후 훼손된 신한금융의 기업 이미지를 높이려는 의지도 드러냈다.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이 약해 금융지주라기보다 '큰 은행' 같다는 평가를 받는 KB금융의 어윤대 회장은 같은 날 "그룹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가장 큰 성과로 'KB樂(락)스타' 상품의 성공을 꼽으며 "출범 10개월 만에 통장 개설 20만좌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고 대학가에 금융과 문화의 새로운 산실로 떠올랐다"고 자평했다. 어 회장은 중장년층 고객이 많은 KB국민은행을 '젊은 은행'으로 탈바꿈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팔성 회장은 국민주 방식을 통한 민영화에 대한 바람을 신년사에서 드러냈다. 이 회장은 "숙원사업인 민영화가 올해 반드시 달성될 수 있도록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며 "시장 상황이 우호적이지 않지만 현행 법규와 제도의 틀 안에서 민영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원칙인 공적자금 회수 최대화와 조기 민영화가 상충하면서 두 차례 무산됐다. 공적자금 회수 최대화를 위해서는 M&A를 통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아야 하지만, 현행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은 자금력이 있는 금융지주들이 M&A에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다.

금융지주가 우리금융을 인수하려면 95% 이상의 지분을 취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보는 내심 금융지주가 50% 이상의 지분만 보유해도 우리금융을 인수할 수 있도록 금융지주회사법이 개정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산은금융지주의 우리금융 인수를 돕는다는 비판이 있어 시행령 개정은 답보 상태다.

금융지주의 우리금융 인수를 바라지 않는 이팔성 회장으로서는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이 개정되기 전에 우리금융을 국민주 방식으로 민영화해 회장 지위를 유지하는 게 최선인 셈이다.

이팔성 회장이 신년사에서 추진 과제로 제시한 우리카드 분사도 세 번째 연임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카드가 분사되면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때 카드사 분할매각이 가능해지고, 우리금융에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상황에서 이 회장의 연임이 수월해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김승유 회장은 다른 금융지주 회장의 신년사에는 없는 '지속'이라는 단어를 네 차례나 언급했다. 주인의식도 강조했다.

김 회장은 하나금융의 모태인 한국투자금융을 1971년 설립해 국내 4대 금융지주로 키웠다.

창업자로서 김 회장은 자신이 물러난 이후의 하나금융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김 회장은 등기임원의 연임 제한이 만 70세로 제한된 하나금융의 내부 규준상 2014년에는 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김 회장은 "그룹 지속 가능성 제고를 위한 핵심역량이 무엇인가에 대해 그룹차원의 진지한 고민이 구체화돼야 한다"며 "여러분의 주인의식이 자랑스러운 하나금융을 후대에 물려주는 토대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퇴임이 다가오는 김 회장이 자신이 물러난 후 주인이 없어질 하나금융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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