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아시아 헤지펀드들이 영국 은행주인 HSBC 주식에 대한 공매도 베팅을 늘리는 등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안전한 베팅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홍콩증권거래소에 따르면 24일 기준 홍콩에 상장된 HSBC 주식에 대한 공매도 규모는 46억4천만 홍콩달러에 달했다. 이는 홍콩거래소 총 거래량의 3분의 1, 6월 하루 평균 공매도 규모의 12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27일에도 헤지펀드들의 HSBC 주식에 대한 공매도는 계속됐다. 이날 HSBC에 대한 공매도 규모만 10억 홍콩달러에 달했다. 이는 6월 하루 평균 공매도 규모의 3배를 웃돌았다.

HSBC의 주가는 지난 24일 6.5%가량 하락한 데 이어 27일에도 1.7% 가까이 하락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해당 주식에 대한 매도 주문을 내는 것으로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경우 이뤄지는 거래다. 주가가 하락하면 투자자는 하락한 가격에 주식을 매수해 빌린 주식을 되갚고 떨어진 만큼의 시세차익을 얻게 된다.

헤지펀드들이 HSBC의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것은 해당 은행이 브렉시트로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홍콩서 HSBC 주식은 대형주로 유동성이 풍부하고, 쉽게 거래가 이뤄진다는 점도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HSBC에 대한 약세 베팅에 항셍지수는 27일 0.16%가량 하락했다. HSBC의 시가총액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헤지펀드들은 그동안 글로벌 증시 폭락과 중앙은행들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등으로 수개월간 타격을 입어왔으며 이 때문에 위험거래, 특히 아시아 거래를 기피해왔다.

크레디 스위스(CS)에 따르면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이뤄지기 직전, 헤지펀드들의 아시아 주식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역대 최저인 98.9%로 떨어졌다.

이는 1년 전의 140%에서 크게 줄어든 것이라는 게 CS의 설명이다. 작년 중국 증시의 폭락과 갑작스러운 위안화 절하로 헤지펀드들이 아시아 투자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무라홀딩스의 크리스토퍼 안토넬리 이사는 "많은 위험이 테이블에서 치워졌다"라며 헤지펀드 모델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펀드 추적업체 유레카헤지에 따르면 올해 아시아 주식형 펀드에 주로 투자하는 헤지펀드들의 수익률은 2.1%에 그쳤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들의 수익률도 주요 주가지수 수익률을 웃도는 2%에 육박하고 있으나 고금리 회사채 수익률에는 크게 못 미친다.

그럼에도 브렉시트로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좀 더 안전한 베팅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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