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년 5개월 간 재임하면서 보여준 이른바 '초이노믹스'는 결국 실패작인 듯하다. 그토록 강조했던 경상성장률 6% 달성을 위한 각종 경제정책이 퇴임 6개월만에 퇴색됐기 때문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체제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보면 최전부총리가 최우선적으로 추진했던 경상성장률 제고방안은 우선순위에서 크게 밀렸다. 자료 한 귀퉁이 생색 내기용으로 석줄 언급됐을 뿐이다.

최 전부총리가 발탁하고 승진도 시켰던 이른바 초이노믹스 후예들이 이제는 경상성장률 중심의 경제운용을 마뜩찮게 여긴다는 방증일 수 있다.



◇하우스푸어 돕는다며 가계부채 1천200조 만들다

'초이노믹스'는 하우스푸어를 돕는다며 부동산 경기를 띄우는 데 정책역량을 집중했다. 부동산 투기를 예방하고 과도한 가계부채 증가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부동산 거래활성화라는 명분아래 속속 무력화됐다.

초과이익환수제, 소형평형의무비율, 분양가상한제가 속속 폐지되거나 완화되면서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이른바 강남권 4구의 재건축 가격은 100조원을 넘어서는 등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과도한 빚으로 주택 보유 부담이 늘어난 하우스푸어를 돕는다며 무주택 서민들이 동원되기도 했다. 청약자격 완화가 대표적인 정책이다. 12개월만 청약통장에 일정금액 이상을 납입하면 1순위 자격이 부여됐다. 기존은 24개월 이상 납입해야 했다.

중도금 집단대출에 대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이 무제한적으로 제공되면서 완화된 1순위 자격이 맞물리자 분양시장은 투기판으로 전락했다.



◇금통위도 총동원됐지만 성장은 뒷걸음질

최 전부총리 재임당시 한국은행 기준금리도 연 2.25%에서 1.50%로 75bp 인하됐다. '척하면 척'이라는 말까지 써가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강하게 몰아세운 결과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 규제도 풀었다.





<최경환 전 부총리가 재임하던 시절 가파른 속도로 늘어난 가계부채>

초이노믹스 동안 완화된 부동산 정책만 보면 '이래도 집 안사고 버티면 손해라는 식'이다. 덕분에 최 전부총리 취임당시 1천35조원 규모였던 가계부채는 1년 5개월 만에 170조원 이상 늘어 올해 초 기준으로 1천200조원을 넘어섰다.

경상성장률 제고를 위해 부채 중심의 정책이 총동원됐지만 경제성장률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세계 평균도 밑돌았다. 올해까지 2%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2011년부터 6년 연속 세계 평균을 밑도는 성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초이노믹스는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고 했지만 결국 빚더미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가지 않은 길을 간 초이노믹스에 대해 유쾌한 기억을 가진 국민은 거의 없을 듯 하다. 초이노믹스 후예들과 집값 급등으로 한 몫을 챙긴 일부 투기 세력만 예외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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