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세계 금융정책 환경이 바뀌고 있다. 미국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태세이고, 유럽과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완화 정책을 검토한다. 브렉시트로 인한 세계적 경제혼란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신흥국들도 금리 인하 등 완화정책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브렉시트 이전과 180도 달라진 것이다. 이전엔 미국의 금리 인상을 염두에 두고 각국이 어떻게 하면 그 여파를 상쇄할 것인지 고민했다. 영국은 금리 인상을 검토했었고, 일본은 성급한 완화 정책보다는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를 봐가며 대응한다는 기조였다. 신흥국들은 금리를 내리기보다 올리는 것을 저울질했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외국인 자금이 떠날 것을 우려해 미국이 올리는 만큼의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이렇게 보면 브렉시트는 일종의 게임체인저다. 세계 정책의 기조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영국은 브렉시트 후 첫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동결을 했으나 다음 달 4일 예정된 회의에서는 금리인하 등 완화책을 쓸 것을 예고했다. 일본도 집권당의 참의원 선거 승리로 부양책에 힘이 실린다. 아베 신조 총리는 월말께 추가경정예산을 중심으로 한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은행도 추가 완화정책으로 보조를 맞출 것으로 점쳐진다. 중국도 하반기에 금리인하와 지급준비율 인하, 위안화 절하 등 경제살리기를 위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미국은 연내 2번으로 예상됐던 금리인상 횟수가 1차례 정도로 줄어들고 그 시기도 12월께로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한때 금리인하론까지 제기됐으나 브렉시트의 충격에서 시장이 예상외로 빠르게 회복함에 따라 현재 금리인하론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미국의 입장 변화는 글로벌 완화 정책의 공간을 넓힌다. 선진국들이 돈을 풀 여유를 주고, 신흥국들에도 자본유출에 대한 부담을 줄임으로써 완화 정책 카드를 뽑을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세계적인 유동성 장세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시장에서 거론하는 이른바 '글로벌 완화 시즌2'다.

각국의 완화 정책은 브렉시트에 따른 세계 공조로 볼 수도 있으나 다른 시각에선 각자도생에 따른 환율전쟁으로 볼 수도 있다.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갔던 지난달 말에는 각국 정부가 협력해 대응할 뜻을 나타냈으므로 세계 공조에 더 무게가 실렸으나, 브렉시트의 충격이 어느 정도 사라진 지금은 환율전쟁에 대한 걱정이 더 커진 상황이다. 나라 간 조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돈 풀기 정책을 도입한다면 각국 환율에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주변국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준다.

특히 중국과 일본의 환율정책은 우리나라에 직격탄을 날리기 때문에 예의주시해야 한다. 일본은 최근 영구채 발행의 운을 띄우며 강력한 아베노믹스 시즌 2를 준비하고 있다. 영구채 발행은 만기가 없는 국채를 정부가 발행해 이를 중앙은행이 매수하는 강력한 돈 풀기 정책이다. 중국은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강화될 통상압력에 대비해 미리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환율정책을 쓰는 것으로 파악된다. 위안화와 엔화의 절하가 우리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대비가 절실한 때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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