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로존 재정위기로 자금조달의 안정성이 높은 `소매뱅킹'이 활성화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김성민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교수는 15일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1세기 금융비전포럼'에서 'G20 정상회의와 금융산업 정책 방향'을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이 자리에서 "변동성이 심한 단기차입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의 위험성이 위기 과정에서 크게 부각됐다"며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IFIs)'이 차입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받았던 금리 혜택도 위기에 따라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자금조달의 안정성 면에서 유리한 예금 중심의 소매뱅킹 위주의 영업 관행이 확산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이번 위기는 우리 금융기관들이 해외에 진출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며 "금융규제 시행으로 선진국 금융기관들이 축소하려는 업무와 같은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고 진단했다.

그는 "위기가 지속되면 국내기업의 대규모 설비수출에 필요한 금융을 현재처럼 선진국 금융기관에 의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국내 금융기관들이 이를 대체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금융위기에 대응한 주요 20개국(G20)의 주요 과제로 글로벌 유동성 관리와 자본이동 관리를 꼽았다.

또 오는 18~19일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재원확충과 금융규제 개혁, 유로존 재정위기 해결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중 금융규제 개혁의 주요 내용으로는 ▲자본규제 강화 ▲레버리지와 글로벌 유동성 규제 ▲경기 순응성 완화 ▲SIFIs 규제 ▲섀도 뱅킹(그림자 은행ㆍ비은행 부문에 대한 위험 투자) 규제 강화 ▲장외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 강화 ▲신용평가등급 의존도 축소와 보상 관행 개선 ▲회계제도 개편 등을 꼽았다.

김 교수는 "규제차익을 방지할 수 있도록 규제가 국제적으로 일관되게 이뤄져야 하다"며 "규제 불확실성의 비용이 증가할 수 있어 유로존 위기에도 규제개혁이 후퇴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융기관의 부실이 심화되면 자동으로 보통주로 전환되는 조건부자본(COCOs)을 이른 시일 안에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OCOs를 도입할 경우 금융기관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져도 채권이 주식으로 전환돼 파산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COCOs를 도입하면 투자자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줄일 수 있고, 시장 원리에 따라 금융기관의 부실 위험도 견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부실 저축은행 처리시 후순위채도 예금보험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COCOs는 이런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적다"며 "국회에 계류 중인 COCOs 발행을 허용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금융기관의 지배구조가 취약해 이번 위기가 발생한 측면도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최근 저축은행 사태를 통해 금융기관 지배구조의 취약점이 노출됐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외환위기 이후 국유화된 대형은행을 포함한 모든 금융기관의 지배구조를 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21세기 금융비전포럼'은 금융산업 선진화와 경쟁력 향상을 목표로, 2002년 11월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들을 중심으로 설립됐으며, 지금까지 금융현안 위주로 모두 67회의 세미나를 열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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