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 중견 증권사들이 역내 시장의 구조조정 바람과 역외 투자 확대를 노리고 홍콩 경쟁사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상하이에 상장된 동오증권(東吳證券·601555)은 지난달 29일 홍콩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홍콩에 상장된 천순증권(天順證券·01141)의 신주 발행에 참여해 천순증권의 지분 최소 51%를 인수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SCMP는 중국의 대형 증권사와 달리 중견 증권사들은 해외 인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이번 인수는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증권업협회에 따르면 동오증권은 중국 본토 125개 증권사 중 21위에 랭크된 회사로 총자산은 700억 위안에 달한다.

중국 1~10위 증권사들의 경우 증권사 자산은 2천억 위안을 넘는 수준이다.

홍콩 신홍기금융의 케니 웬 전략가는 앞으로 이러한 거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최소 2개 중국 증권사가 홍콩에서 증권중개업무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라며 "이러한 것이 추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달증권의 왕 샤오쥔 애널리스트는 "동오증권의 행보는 약간 놀랍다"라며 그동안 "해외 기업 인수는 주로 자본 여력이 충분하고 사업 영역이 크며 해외로 투자를 늘리길 원하는 대형 증권사들이 전담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왕 애널리스트들은 중견 증권사들이 해외 인수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중견 증권사들의 해외 기업 인수는 본토 투자자들이 홍콩 주식 인수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강구퉁을 통해 홍콩 주식을 사들이는 중국 본토 투자자들의 투자 쿼터도 이미 80% 이상 소진된 상태다.

동오증권에 앞서는 작년 자산규모 1천589억 위안의 광대증권이 홍콩의 신홍기금융(新鴻基金融)의 지분 70%를 사들인 바 있다.

중국 본토 증권사들의 홍콩 증권사 인수는 2009년 화통증권이 홍콩에 상장된 대복증권(大福證券)을 인수하면서 처음 시작됐다. 대복증권의 회사명은 현재 화통국제로 변경됐다.

왕 애널리스트는 "대복증권은 화통증권에 수익 측면에서 큰 이익을 주지는 못하지만, 해외 고객을 확보하고, 유럽 등 다른 해외 시장에 진입하는 시험 무대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해고급금융학원의 치엔 준 금융학 교수는 중국 증권업계의 구조조정이 계속되면서 중견 증권사들은 해외 인수를 발판으로 전문화된 중개업체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엔 교수는 홍콩은 본토 기업들이 해외로 나아가는 데 훌륭한 첫 디딤돌이지만, 다음 단계부터는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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