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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진(晉)나라를 세운 사마염이 오나라를 공격하기 위하여 군사들을 이끌고 진군할 때의 이야기이다. 행군하던 와중에 길을 잃어 이리저리 헤매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그러는 동안 시간이 많이 흘러 마실 물이 바닥이 나 버렸고, 주위를 둘러보아도 물이 있는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병사들의 갈증이 심하여 급기야 더 행군하기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사마염은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까 고민했는데, 문득 묘책이 생각났다.

그는 말채찍으로 앞을 가리키며 이렇게 외쳤다. “병사들아, 저 앞에는 광활한 매화나무 숲이 있는데(前有大梅林), 그곳에 이르면 매실이 가지가 휠 정도로 주렁주렁 달렸다. 그 매실은 아주 시면서도 또한 달아서 우리들의 갈증을 풀 수 있을 것이다(可以解渴).”

매실이라는 말을 들은 병사들은 매실의 신맛을 생각하고는 갑자기 입 안에 침이 고여 더 갈증을 느끼지 않게 되고, 기운도 되살아났다. 이들은 다시 힘을 내어 진격하여 오나라를 멸망시키고 천하를 통일하게 되었다.

그렇다. 정말 절묘한 방법이었다. 인간은 생각만 하여도 몸에 반응이 오게 되어 있다. 신 매실을 먹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익히 상상할 수 있는지라 몸은 미리 알고 입에 침이 고이게 하는 것일 터. 학창시절 과학 시간에 배웠던 파블로프의 ‘조건반사’가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사마염은 파블로프나 조건반사라는 말은 전혀 몰랐겠지만, 여하간 이런 방법을 생각해내었다. 신통하다!

그건 그런데... 그리스의 총선이 한국시각으로 지난 17일(일요일) 저녁에 있었다. 금융시장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듯, 이 선거가 가지는 의미는 너무나도 막중하다. 전세계 금융시장이 좌지우지될 판이다. 하지만 나는 그리스 총선의 결과를 알지 못한 채 이 글을 쓰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신민당이 승리하였는지 급진좌파가 승리하였는지 그 결과는 한국시간으로 대충 월요일 아침 8시 이후에나 나올 터. 그러나 내 글은 불행히도(?) 그 이전에 실리는지라 깜깜무소식인 상태라도 무언가를 써야만 한다.

뭐 별 수 있는가... 신 매실을 생각하기만 하여도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이는 것과 마찬가지 꼴이다. 결과는 모르지만, 상상으로 이 글을 쓸 수밖에 없다. 자칫 헛소리가 될 가능성도 크겠다. 사마염이 매실 생각으로 침이 고인 병사들이 결국은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하였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상상만으로 어느 정도 버틸 수는 있었겠지만, 효과가 내내 이어질 수는 없는 법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단은 총선의 결과를 상상하며 글을 쓰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실제 결과일 터. 다만 차트를 믿는 나 같은 ‘차트쟁이’들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차트에서 매수신호가 나타나면 시장에는 호재가 나타나게 되어있고, 차트에서 매도신호가 나타나면 시장에는 악재가 나타나게 되어 있다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스 총선 결과를 놓고 그러한 생각이 옳은지 그른지 따지는 것도 흥미가 있겠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그리스 총선이건 어떻든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차트만을 살핀다면... 코스피지수의 미래는 좀 수상하다. 내가 예전부터 지수의 본격적인 조정을 기다리고 있어서가 아니다. 차트에서 코스피지수는 아래쪽으로 내려설 가능성을 엿보이고 있다.

지수는 지난주에 나름대로 선방하며 상승세를 나타내었다. 그동안의 하락폭이 컸기에 반등이 이어진 것은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그런데 지금부터가 문제이다. 주가라는 것이 내내 하락할 수 없듯이 내내 상승할 수도 없는 법. 지난주까지 코스피지수는 꽤 올랐기에 이제는 다시금 슬슬 하락할 순서가 되었다. 조정의 가능성은 차트에 두 가지 지표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나는 볼린저밴드이고, 또 하나는 단기지표인 스토캐스틱이다.

먼저 볼린저밴드를 보자. 지수는 밴드 밖으로 뛰쳐나가고 금세 안으로 들어서는 데에 성공하였다. 그리고는 단순한 반등에 그치지 않고, 상승폭을 더 늘렸고, 급기야 중간 밴드마저 넘어서는 기염(!)을 토하였다. 그런 와중에 상승세가 지나쳐 코스피지수는 이제 볼린저밴드의 위쪽 밴드 근처까지 올랐다. 아래쪽 밴드가 지지선이 되듯이 위쪽 밴드는 저항선으로 작용하는 법이다. 따라서 지수가 위쪽 밴드 근처까지 왔으니 이제는 저항을 받고 지수가 다시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단기지표이기는 하지만 꽤 높은 정확도를 가지는 스토캐스틱에서도 매도신호를 찾을 수 있다. 지난주 후반 들어 지수의 상승세가 주춤거리면서 %K곡선과 %D곡선이 고점에서 교차하는 사태가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곡선과 %D곡선이 교차하는 것은 매수 혹은 매도신호인데, 지금이야 고점에서의 교차인지라 의당 매도신호로 간주하여야 한다.

그런데다 코스피지수와 스토캐스틱의 움직임을 서로 비교하면 디버전스(divergence), 즉 괴리현상이 발견된다. 지수는 직전고점을 갱신하였으나 스토캐스틱은 직전 고점을 넘기지 못하였다. 디버전스는 전형적인 추세전환 신호이다.

이래저래 단기지표로 판단한다면. 코스피지수가 다시 하락하리라 전망된다.

중장기적으로야 일목균형표가 잘 말해준다. 현재의 코스피지수는 일간차트 혹은 주간차트 모두 여전히 구름 아래에 머물러 있으니 전체적인 추세는 여전히 하락세라고 간주될 수밖에 없다.

강조하지만 시장의 주가가 먼저 움직이고, 그런 연후에 기술적 지표들이 움직이는지라 주가의 변동에 따라 차트는 새로운 형태를 띨 수도 있다. 그리스의 결과가 차트의 모양을 바꿀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어떻든 지금까지의 정보를 종합한다면 코스피지수의 차트는 재차 하락을 말하고 있다.

(달러-원 주간전망)

예전에 현업에 있을 때의 일이다. 중요한 경제지표(미국의 무역수지라고 기억되는데)가 발표되기 1분전쯤에 해외 은행에 전화 걸어 달러-엔 거래환율을 제시하라고 요청하였다가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 그 경제지표에 따라 환율이 크게 움직일 공산이 있기에 지표가 나온 연후에 거래하겠다는 말이었다. 그 해외 은행의 딜러는 중요한 경제지표가 나오기 전에는 거래하기 싫고, 따라서 어느 쪽이건 포지션도 취하기 싫다는 태도이었다.

지금이 바로 그 짝이다. 선거결과가 알려지지 않은 상태인데도 나는 졸지에 포지션을 선택해야만 하는 형편이 되고 말았다. 환율 전망 역시 깜깜하기는 마찬가지. 그리스 총선 결과에 따라 유로와 달러의 환율이 크게 바뀔 것은 불문가지이고, 그 영향은 즉각적으로 달러-원에 미칠 것인지라 주식보다 더 어렵다.

여하간 순수하게 차트로만 보자. 차트에서 달러-원은 거의 바닥권에 진입한 꼴이다. 앞선 코스피지수의 차트와는 형태가 정반대이다. 볼린저밴드로 따진다면 환율은 그동안 내내 하락하다가 마침내 아래쪽 밴드에 닿았다. 위쪽 밴드가 저항선이라면 아래쪽 밴드는 지지선으로 작용하는 법. 순수하게 차트로 말한다면 환율은 일단 반등할 공산이 높다.

역시 스토캐스틱도 같은 의견이다. 지난주 후반까지 달러-원 환율은 하락세를 나타내었고, 그 영향으로 스토캐스틱은 바닥권이었다. 그러다 이제 %K곡선과 %D곡선이 바닥에서 교차하고 있다. 앞서 코스피지수의 전망에서 언급하였듯 이는 매수신호이다.

차트에 곧장 영향을 미칠 중요한 이벤트를 앞두고 포지션을 취하는 것이야말로 ‘미친 짓’이다. 적중하면 대박이로되, 엉터리가 된다면 만회할 길은 막막하다. 나는 운을 하늘에 맡겨야 하는 처지이다. 답답하다. 하지만 차트쟁이로서 차트의 신호를 믿는다면... 나는 달러 ‘롱 포지션'을 과감하게 취할 수밖에 없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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